“국민 위해 법이 하는 게 뭐냐”…이태원 살인사건 피해자 유족 분통

입력 2018-12-13 15:53 수정 2018-12-13 16:09
이태원 살인 사건의 피해자 故조중필씨의 어머니 이복수씨가 지난해 1월 서울 서초구 대법원을 나서며 언론을 상대로 인터뷰하고 있다.(뉴시스 제공)


‘이태원 살인사건’ 피해자 유족들이 가해자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6부(부장판사 김동진)는 13일 이태원 살인 사건 피해자 고 조중필씨의 어머니 등 유족 5명이 진범 아서 패터슨과 공범 에드워드 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살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각하하고, 패터슨의 도주 행위에 대한 손배 청구를 기각한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각하는 소송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경우 본안 판단 없이 재판 절차를 끝내는 것을 말한다.

앞서 유족 측은 지난해 5월 범행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를 배상하라며 6억3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하지만 법원은 확정된 재판의 판단과 모순되는 주장은 부적법하다고 보는 ‘기판력’에 근거해 유족 측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유족 측 대리인인 하주희 변호사는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은 리의 재판 결과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조씨의 어머니인 이복수씨는 “내 나라에서 아들이 억울하게 죽었는데 국민을 위해 법이 하는 게 무엇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유족들은 국가를 상대로도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중이다. 유족들은 과거 검찰의 부실수사 책임을 물어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7월 법원은 국가가 유족들에게 3억6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국가가 항소해 2심이 진행 중이다. 하 변호사는 “국가의 부실한 수사로 여기까지 왔다”며 “가해자로부터 손해배상도 받지 못해 피해자 권리구제가 어려워졌기 때문에 국가가 책임있게 항소를 취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태원 살인사건은 1997년 4월 서울의 한 패스트푸드점 화장실에서 조씨가 수차례 흉기에 찔려 살해된 일을 말한다. 당초 검찰은 리를 살인 혐의로 기소하고, 패터슨은 흉기를 버린 혐의로만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리는 대법원에서 증거불충분으로 무죄가 선고됐고 패터슨은 검찰이 출국정지 기간을 연장하지 않은 틈을 타 미국으로 도주했다. 2011년 검찰은 재수사 끝에 패터슨을 진범으로 보고 기소해 대법원에서 징역 20년이 확정됐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