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하지만 가능성을 봤다.’ 올해 기독교 문화계는 전체 문화시장에서 작은 규모를 차지하지만 의미있는 공연과 영화 음악 등이 이어졌다. 일반 뮤지컬의 강세는 기독 뮤지컬에서도 통했다. 뮤지컬 ‘요한계시록’ ‘루카스’ ‘오마이갓스’, 어린이 뮤지컬 ‘오병이어’ 등의 공연에서 3만여명 관객이 동원되는 성과를 얻었다. CCM 콘서트는 그동안 다소 침체된 분위기였지만 올해엔 김명식, 옹기장이 아카펠라, 송정미 등 중량감 있는 아티스트들의 공연이 이어졌다. 영화 ‘바울’은 기독 영화도 흥행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화제성 뮤지컬은 없지만, 공연장들 새롭게 개관돼 희망
기독 공연의 규모에 대해선 가늠하긴 쉽지 않다. 대략 일반 공연시장의 규모가 7480억원 선인데 기독 공연은 1% 미만의 시장으로 추측되고 있다. 일반 공연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장르는 뮤지컬인데 기독 공연계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특히 기독뮤지컬 전용관을 표방하고 개관된 대학로 작은극장 광야에서 뮤지컬 ‘요한계시록’ ‘루카스’ ‘오마이갓스’, 어린이뮤지컬 ‘오병이어’ 등이 연이어 공연됐다. 3만여명에 달하는 관객을 동원했고 이는 극단 광야 창단으로 이어졌다.
대학로에서 여름부터 장기 공연 중인 뮤지컬 ‘메리골드’를 비롯해 ‘하모니’(한전아트센터) ‘요셉’(공감센터) ‘라면에 파송송’(로즈아트홀) ‘바보사랑’(신촌세븐파이브) ‘청년 일사각오’(시온아트홀) 등도 직간접적인 기독교 메시지를 담아 꾸준히 무대에 올려졌다.
연극 ‘루터’는 기독 연극계에서 오랜 시간 활동한 배우와 연출, 스태프들이 참여했고 특히 중장년 관객층의 사랑을 받았다. ‘비밀번호’ ‘침묵’ 등이 무대에 올려졌지만 뮤지컬에 비해 전반적으로 공연 편수가 적어 아쉬웠다.
윤성인 문화동행 아티스 대표는 “지난해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해 대학로에서 1년간 장기 공연된 뮤지컬 ‘더북’이 가져온 화제성이 비하면 올해는 그렇게 두드러지는 현상은 없었다”며 “그럼에도 기독 공연계에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뮤지컬과 연극 등을 지속적으로 올릴 수 있는 공연장이 새롭게 개관되고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기독 콘서트와 뮤지컬을 올릴 수 있는 ‘공감센터’를 비롯해 대학로에 새롭게 개관한 ‘시온아트홀’과 ‘작은극장 광야’ ‘북촌아트홀’ ‘신촌세브파이프홀’ 등이 있다.
예배음악의 강세, 유튜브 등 활용하는 새로운 흐름도 형성
올해 CCM 국내발매 음원수는 11월까지 전체 4100여 장이다. 국내 아티스트 앨범은 3800여 장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중 85%는 5곡 미만의 싱글 앨범이다.
송재호 미디어스코프 콘텐츠 사업팀장은 “앨범 제작 방식의 변화가 생기고 있다. 대규모 편성이나 악기 중심의 녹음 환경에서 소규모 편성 혹은 홈레코딩 방식의 제작을 바뀌고 있다”며 “실제 악기 녹음을 하지 않아도 디지털 가상악기의 수준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방편이나 작업자의 능력에 따라 상당히 다른 결과물이 나올 수 있는 단점이 있다. CCM 앨범에서는 여전히 예배음악이 강세를 보였다. 지난해 10월 기준 톱 100차트 가운데 94%가 예배곡이었다. 올해도 87%가 예배곡이었다.
음원시장의 새로운 흐름으로 SNS와 유튜브를 활용하는 아티스트들이 생겼다. 유튜브는 뮤지션들에게 매력적인 홍보 플랫폼이지만 아직 CCM에서의 활용은 소극적이라 할 수 있다. 마커스와 제이어스 등 워십팀은 그들의 정기예배를 유튜브에서 잘 홍보하고 있다. 염평안(요게벳의 노래)씨도 유튜브를 통해 그의 곡이 주목을 받았다.
CCM 앨범을 통해 교회를 이야기하는 흐름도 생겼다. 언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한국교회 세습 문제에 대해 CCM 아티스트들이 입장표명과 함께 음악으로도 비판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발매된 묻은의 ‘교회는 요새 습해요’가 대표적 작품이다. 교회의 본질, 성도를 돌아보는 곡들도 발표됐다. 삼일 POP의 ‘너는 교회가 되어라’ 등이 대표적이다.
자발적인 CCM 살리기 운동도 일어나고 있다. 서울 성북구 ‘나니아의 옷장’(국민일보 2018년 10월 4일자 기사)도 이런 고민에서 시작됐다. 기획과 홍보, 디자인, 재정, 운영 등 여러가지 일을 각 영역의 전문가, 혹은 자원자들이 나서서 하고 이 연대에 초청받은 아티스트도 참여한다. 나니아의 옷장 ‘목요 음감회’에선 매달 한명의 아티스트를 초청해 그의 음악을 라이브와 이야기로 풀어간다. 팟캐스트 ‘CCM공방’, 페이스북 페이지 ‘이달의 CCM’도 네트워킹 해 좋은 CCM과 알려지지 않은 아티스트를 알리고 있다.
영화 ‘바울’ 기독영화의 흥행성 입증
영화계에서는 여전히 헐리우드 영화가 대세다. 기독 영화 ‘바울’이 기독 영화도 흥행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최은 영화평론가는 “기독 영화들이 좋아지고 있다. 이전엔 인물 다큐멘터리 등에 의존해 아쉬운 점이 많았다”면서 “지난해 개봉된 영화 ‘예수는 역사다’와 올해 ‘바울’은 기독교 영화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크리스천은 한 시간 가까이 설교를 들을 의향이 있고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하는 사람들로 좋은 잠재적 관객”이라며 “영화계는 대중영화뿐 아니라 잠재적 관객을 모을 수 있는 작은 영화를 많이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