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압승에 기세등등 친박계…한국당 통합에 毒 되나

입력 2018-12-12 18:33

자유한국당 친박(박근혜)계 한 재선의원은 경선에서 나경원 신임 원내대표를 지지한 배경에 대해 “최선이 아니라 차악”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복당파를 견제하기 위해 비박계인 나 원내대표를 전략적으로 지원했다는 뜻이다. 나 원내대표의 당선을 복당파에 대한 친박-잔류파의 승리로 간주하는 기류도 뚜렷하다.

이에 맞춰 친박계 일부 의원들도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친박 핵심으로 불리는 홍문종 의원은 12일 KBS·TBS라디오에 연이어 출연해 “나 원내대표가 압도적 표차로 당선된 것은 잔류파와 손잡은 결과”라고 단언했다. 이어 “나 원내대표가 저희하고 소통하고, 저희 의견을 무겁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홍 의원은 나아가 비상대책위원회가 주도하는 인적쇄신 작업에 대해 “비대위가 그간 탈당파(복당파)와 긴밀한 유대관계를 갖고 그분들의 의견을 대변해왔는데, 이번 선거 결과에 굉장히 놀랐을 것”이라며 “누구를 어떻게 하는 일은 의미 없고, 당내에서 굉장히 큰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한 중진의원은 “나 원내대표도 훌륭하고 열심히 뛰었지만 혼자 힘으로 승리한 것은 아니다. 조만간 이런 메시지를 (나 원내대표에게) 전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는 나 원내대표 당선 공신임을 내세우는 범친박계가 나 원내대표의 향후 행보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 원내대표는 “압도적 표 차이로 이미 계파는 종식됐다”고 자신하지만, 그의 당선을 ‘친박 부활’ ‘친박의 반격’ 등으로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나 원내대표도 “(당협위원장 교체 문제는) 일단 비대위 내의 조직강화특별위원회 결정 사항을 봐야 한다. 다만 우리의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을 크게 해하는 쪽의 쇄신에 대해서는 좀 우려한다”며 비대위 방침과 온도차를 보였다. 그동안 친박계에서는 비대위의 인적쇄신 작업을 두고 특정 계파와 지역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우려와 불만을 표해왔다.

새누리당 소속이었다가 탈당한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은 CBS라디오에 나와 “나 원내대표가 앞으로 헤쳐 나가야 될 1년간의 상황들이 결코 녹록하지 않다”고 예상하면서 그 근거 중 하나로 “친박 세력을 등에 업고 대표가 된 것”을 꼽았다. 오 의원은 “내년 2월에 예정돼 있는 당대표 선거에서 다시금 친박 대 비박 세력이 세게 붙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저는 여전히 계파적 갈등을 안고서 한국당은 앞으로 가야 될 것이다, 굉장히 어려움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