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주에 살고 있는 초등학생 트로이 볼크(Troy Volk·11)는 주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사랑스러운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2016년 어느 날부터 트로이는 변했습니다. 고개를 푹 숙이고 등교했고 교실에서 눈물을 흘리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트로이가 걱정된 당시 담임선생님 도나 호글랜드(Dona Hoagland·49)는 트로이의 어머니 아나히타 볼크(Anahita Volk·35)에게 면담을 요청합니다. 그 후 도나 선생님은 트로이에게 다시 행복한 웃음을 찾아줬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미국 잡지 피플은 지난 5일(현지시간) 초등학교 선생님이 학생의 어머니에게 신장을 기증해 어머니에겐 ‘새삶’을, 학생에겐 ‘웃음’을 선물한 사연을 소개했습니다.
도나 선생님은 트로이의 어머니 아나히타와 면담 중 그녀가 신장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당시 아나히타는 매일 저녁 투석을 하며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트로이는 고통스러워하는 어머니의 모습에 우울해 했던 겁니다.
면담 당시 고등학교 친구에게 신장을 주기로 했던 도나는 아나히타에게 이식수술 검사과정을 물어봤습니다. 아나히타는 “혈액형이 일치하는 사람을 찾는 것이 우선”이라며 “혹시 A RH+형? 내가 그렇다. 맞다면 나한테 신장 기증하고 싶지 않냐”고 농담을 했습니다. 신기하게도 도나의 혈액형도 A RH+였죠.
농담은 1년 후 현실이 됐습니다.
도나는 아나히타와 면담을 하면서 그녀가 진행성 신장질환인 막사구체신염을 앓아 트로이 동생을 낳을 때 죽을 뻔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트로이 동생은 7개월 만에 약 1.5㎏의 미숙아 상태로 세상에 나왔죠.
도나는 “아나히타와 면담 후 그의 아들들이 계속 생각났다”며 “나는 내 아이들이 괴로워하는 엄마를 보며 아파하고, ‘나는 괜찮아질까?’라고 생각하는 엄마를 대하는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내 신장으로 ‘그녀의 아이들에게 엄마를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다 원래 도나의 신장을 받기로 했던 고등학교 친구가 신장 이식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도나는 바로 아나히타에게 신장을 주기로 결심했습니다.
아나히타는 “그녀의 희생심과 친절함에 놀랐다”며 “도나에게 계속해서 ‘확실해? 진심이냐’고 물었다. 그녀는 ‘나보다 너에게 내 신장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도나는 지난해 8월 이식 적합성 검사를 했고, 가능하다는 결과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4개월 후 이식 수술을 진행했습니다. 미국 비영리기관 장기조달이식네트워크(OPTN)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도나는 2017년 살아있는 기증자 5811명 중 한 명입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습니다. 이식 후 1년이 지난 지금 도나와 아나히타는 매우 건강합니다. 그들은 서로 10분 정도 거리에 떨어져 살며 친한 친구가 됐습니다.
트로이는 “선생님을 너무 사랑한다”며 웃음을 되찾았습니다. 아나히타는 “그녀에게 절대 갚을 수 없는 빚을 졌다. 나와 우리 가족에게 준 평생의 선물이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늘 우울해하며 집에서 쉬었다. 오랫동안 아이들과 놀 수 없었고 아이들과 함께하는 감정을 까먹었었다”며 “내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다. 다시 아이들과 재미있게 놀 수 있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이제 아나히타는 바다에 가서 아이들과 함께 수영을 하거나, 모래성을 만들거나, 산에 가서 캠핑을 즐기는 등 투석 중 할 수 없었던 모든 것들을 할 수 있습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이슬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