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에 준비한 따뜻한 연극 ‘엄마의 편지’

입력 2018-12-12 18:04

따뜻한 연극 한편이 서울역에 있는 동자아트홀에서 공연되고 있다. 극단 ‘함께 걷는 사람들’이 제작한 ‘엄마의 편지’다. 지난 10일 무대에 올랐다.

극단 ‘함께 걷는 사람들’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모여서 문화운동을 하자는 취지로 결성됐다. 2016년 나눔연극제를 통해 구성됐다.

‘엄마의 편지’는 급격한 노령화를 맞고 있는 우리시대에 던지는 화두 같은 작품이다. 저출산과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의 현실에서 노인들의 병고와 질병을 치매라는 소재를 활용해 풀어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비극적인 소재를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연극이라는 종합적인 예술의 특성을 최대로 이용하여 열린 공간에서 배우들의 연기와 춤 그리고 무용의 요소들을 적절하게 배분하여 작품을 써내려가고 있다. 더욱이 소극장의 관객친화적인 공간을 활용하여 밴드를 배치시켜 소극장형 콘서트 형식의 연극을 도입하여 작품의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연극은 배우의 예술’이라는 것을 증명하듯이 최선자 배우와 김영서 배우의 불꽃 튀는 연기 대결은 기존의 모녀연극의 틀을 뛰어넘는 앙상블을 자랑하고 있다. ‘엄마의 편지’는 대본창작에서부터 최선자 배우의 인생역정이 남아있는 작품이다. 연습을 하면서 그녀의 연기인생과 삶의 궤적들을 반영하여 이를 작품에 녹여냈다. 따라서 배우 자신의 이야기가 드라마로 반영되었기에 살아있는 연기로 연습장을 눈물바다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최선자 배우는 1961년 MBC개국과 함께 성우1기로 나문희, 백수련, 김영옥 씨와 함께 방송생활을 시작했다. 1961년 '청포도 극회'를 통해 연극에 데뷔했다. 제2회 동아연극상과 제14회 백상연극대상을 비롯하여 수많은 수상경력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개성이 강한 연기력으로 2000년 KBS드라마 ‘송화’를 비롯, 1996년 ‘KBS 전설의 고향’ 호녀역으로 국민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 주었다.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에 단골로 등장하여 강력한 카리스마의 연기력으로 브라운관을 압도하는 개성 강한 역할을 소화하였다. 특히 그녀가 인생작품으로 선택한 ‘엄마의 편지’에서는 배우를 꿈꾸다가 가정을 위해 꿈을 접고 살아가는 우리네 엄마의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다.

김영서 배우는 이번 ‘엄마의 편지’ 공개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미래가 촉망되는 준비된 배우다. ‘사랑하기 때문에’와 ‘부산행’을 비롯, ‘어떤 하루’,‘뷰티 인사이드’ 등의 드라마와 ‘스탑키스’, ‘거장과 마르가리타’, ‘홍시열리는 집’ 등의 연극에 출연했다. 2015년에는 박보검과 ‘썬키스트’ 광고를 찍었고, 2016년에는 ‘다우니’ 광고에 주부로 출연하는 등 간간이 CF에 출연하기도 했다. 이번 작품에서도 그 특유의 성실성으로 연습장의 분위기를 훈훈하게 만들었다. 연습 도중 엄마와의 갈등 장면에서는 그야말로 칼과 칼이 부딪혀서 불꽃이 튀는 듯한 강렬함으로 무대를 울음바다로 만들었다고 한다.

이야기 소재가 엄마와 딸이라는 점에서 많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으며 감동을 주고 있다. 적당한 어둠이 있어야 밝은 부분이 명확해지듯이 이 작품에서 폭풍감동을 주기 위해 도입한 것이 멀티맨의 등장이다. 여기에는 우리시대의 대표적인 연극배우 장두이 배우와 MC·리포트 출신의 홍유니, 윤영태 배우 등의 가세로 재미 부분을 보강했다. 9월부터 11월까지 두 달간에 롱런한 연극 ‘에쿠우스’의 주연으로 작품이 끝나자마자 가세한 장두이 배우는 마치 수도자의 자세처럼 진지하게 작품분석을 비롯하여 이번 작품에서 그야말로 ‘약방의 감초’처럼 희극적인 지점에서 어김없이 웃음 포인트를 던져 주고 있다.

작품을 ㅆ고 연출한 김은균 대표는 한 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지체장애를 가지고 있다.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를 수석으로 졸업한 재원이다. 자신의 경험을 통해 작품의 골격을 짜고 연습과정을 통해서 대본을 고쳤다. 이 작품에 적역인 최선자 배우를 캐스팅하기 위해 직접 대본을 들고 배우를 찾아가 승낙을 받아내는 정성을 보였다. 딸 역할의 김영서 배우는 오디션을 통해 발굴했다.

전재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