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정부가 노란 조끼 유통행위를 엄격히 처벌하고 있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중동·북아프리카 민주화 시위인 ‘아랍의 봄’ 8주년에 프랑스의 ‘노란 조끼’ 시위를 모방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발생하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다.
이집트 검찰은 11일(현지시간) 노란 조끼를 유통하고 소지한 혐의로 변호사 무함마드 라마단을 구속했다. 최근 이집트 정부는 검증된 업체에만 노란 조끼를 판매하도록 했는데 라마단이 이를 어겼기 때문이다.
라마단은 노란 조끼를 입고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공개해 덜미를 잡혔다. 이집트 당국 조사결과 그는 8벌의 조끼를 더 가지고 있었다. 이집트 시민단체는 라마단에게 ‘가짜 뉴스’를 유포하고 테러단체 사상을 유포한 혐의도 적용됐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당국은 산업안전용품 상인들에게도 허가 없이 노란조끼를 팔지 말라고 지시했다. 이집트 보안 관리들은 노란조끼 판매 제한이 내년 1월 말까지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 주 카이로에서 산업안전용품 수입업자 및 도매업자들과 회의를 열어 이런 지침을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이집트 정부는 프랑스 노란 조끼 시위가 자국 반정부 인사에게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이집트 카이로의 한 산업안전매장 주인은 가디언 인터뷰에서 “경찰은 프랑스에서 일어나고 있는 반정부 시위가 이집트에서는 일어나지 않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이집트 정부는 특히 아랍의 봄 기념일인 다음 달 25일을 경계하고 있다. 이집트에서는 지난 몇 년간 기념일 당일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다. 매년 정부 진압 과정에서 수십 명이 죽거나 부상당했다. 결국 노란 조끼 판매를 금지한 것은 아랍의 봄 시위 발생 8주년을 전후해 반정부 인사들이 프랑스 시위대를 따라하지 않을까 우려한 조처라고 AP통신은 지적했다.
2011년 아랍의 봄 시위의 시발점이었던 튀니지에서는 이미 ‘빨간 조끼(gilet rouge)’이 벌어졌다. 튀니지 청년들이 높은 실업률과 물가 등에 반발해 인터넷을 중심으로 벌인 운동이다. 프랑스 노란 조끼 시위는 이미 벨기에, 네덜란드 등 인접국으로 번진 바 있다.
이집트 시민들은 지난 2011년 아랍의 봄 민주화 운동으로 30년간 집권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을 몰아냈다. 하지만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이 군부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잡은 뒤 민주화 세력을 억압해왔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