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에서 ‘바보(idiot)’ 검색하면 왜 트럼프가 뜨나

입력 2018-12-12 17:16
구글 이미지창에서 '바보(idiot)'을 검색했을 때의 결과 캡처.

구글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진행된 11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청문회에서 구글의 ‘반 트럼프·반 보수’ 성향을 놓고 한바탕 설전이 벌어졌다.

민주당의 조 로프그런(캘리포니아) 의원은 이날 이미지 검색창에 ‘바보(idiot)’를 입력하자 대부분이 트럼프 사진으로 채워진 페이지가 나타났다. 로프그런 의원은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에게 “검색 작업이 어떻게 작동해 이렇게 되는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피차이 CEO는 의원들에게 검색한 단어와의 관련성, 인기 등 200여개의 요소들을 고려한 검색 알고리즘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자 로프그런 의원은 “한 사람이 커튼 뒤에 앉아서 사용자에게 무엇을 보여줄지를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근본적으로 사용자들이 생산해내는 것들의 조합이라는 뜻”이라고 정리했다. 구글이 정치적인 이유에서 검색 결과를 조작한다는 공화당의 주장을 반박하는 발언이었다.

하지만 공화당 의원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라마 스미스(텍사스) 의원은 피차이 CEO에게 직원에게 검색 결과를 조작하도록 지시한 적이 있는지 추궁했다. 이에 피차이 CEO는 “검색 처리 과정에 너무나 많은 단계가 있어서 한 사람 또는 심지어 여러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렇게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스미스 의원은 “동의하지 않는다. 사람이 그 과정을 조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인간이 하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또 스티브 샤보(오하이오) 의원도 “‘공화당 헬스케어 법안’이나 ‘공화당 감세’를 검색하면 처음 나오는 페이지들에 대부분 부정적인 기사들이 나온다”며 “구글이 보수적인 의견에 대해 이같이 뚜렷한 편견을 보이는 것을 어떻게 설명하겠느냐”고 물었다. 피차이 CEO는 “구글의 검색은 가능한 가장 객관적인 방식으로 무슨 일이 발생하고 있는지를 확실히 반영하는 것”이라며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고려되지 않고 있으며, 알고리즘 역시 ‘정치적 정서’에 대한 개념도 없다”고 강조했다.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CEO)가 11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청문회 출석해 검색 알고리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AP뉴시스

하지만 샤보 의원은 “내가 여기에서 말하고 있는 것이 일어나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피차이 CEO의 설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민주당의 테드 루(캘리포니아) 의원 역시 “긍정적인 검색 결과를 얻고 싶으면 긍정적인 일을 하라”며 “만일 부정적인 기사나 부정적인 검색 결과를 얻는다면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를 탓하지 말고 자기 자신을 탓하라”고 공화당을 반박했다.

한편 피차이 CEO는 이날 중국 당국의 검열 기준에 맞춘 검색엔진을 고안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구글의 이른바 ‘드래곤 플라이 프로젝트’에 대해 “그건 현재 내부적으로 하고 있는, 국한된 작업일 뿐”이라고 밝혔다.

드래곤 플라이 프로젝트는 중국에서 철수한 구글이 중국 시장에 재진출하기 위해 중국 당국의 검열을 수락하는 기준을 스스로 설정하는 검색엔진 개발을 추진하는 작업을 가리킨다. 구글 직원 수천 명은 드래곤 플라이 프로젝트에 대해 반발해 왔으며 미국내 인권단체 역시 비판에 가세했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도 “구글의 검색엔진 개발은 중국 공산당을 돕는 일”이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이날 의사당 주변에서는 인권단체 회원들이 나와 구글의 중국 검열 수락 검색엔진 개발에 반대하는 피케팅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