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가 벤투호 재승선을 위한 전진을 시작했다. 시즌 초반 힘겨웠던 주전 경쟁에서 이젠 한 발짝 앞서 나갈 명분을 마련했다.
헬라스 베로나는 10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베네벤토에 위치한 스타디오 치로 비고리토에서 열린 베네벤토와의 2018~2019 이탈리아 세리에B 15라운드에서 1대 0 승리를 거뒀다. 이승우는 이날 선발로 그라운드를 밟아 87분간 뛰며 승리의 주역이 됐다. 킥을 도맡아 차고 공격 지역에서 위협적인 움직임을 펼치는 등 엔진 역할을 도맡았다.
베로나는 5경기 무승의 늪에서 벗어나며 승점 22점을 기록해 세리에B에서 19개 구단 중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시즌 1부리그의 맛을 봤던 베로나의 목표는 단연 승격. 세리에B는 상위 1~2위 팀이 1부리그로 직행하고, 3~8위는 플레이오프를 통해 승강 플레이오프 진출팀을 가린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이번 승리로 직행 가능성의 불씨를 충분히 살렸다.
이승우는 시즌 초반 소속팀에서 자리를 잡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을 다녀오느라 생긴 공백기가 컸다. 시즌을 앞두고 새로 지휘봉을 잡은 파비오 그로소 감독은 빠르게 자신의 팀을 구축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이승우는 외면받았다.
지난달 24일 팔레르모와의 홈경기(1대 1)가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 터닝 포인트였다. 당시 시즌 두 번째 선발 출전을 한 이승우는 인상적인 활약을 보이며 그로소 감독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당시 이승우를 눈여겨본 그로소 감독은 2주의 휴식기 후 다시 한번 이승우에게 기회를 줬다.
팀이 이날 승리 이전 7경기에서 1승 2무 4패에 그치면서 팀내 서포터들에게 보이콧을 당하는 등 그로소 감독이 외부적인 비판의 중심에 서 있던 탓도 있었다. 그로소 감독은 지난여름 이적해온 새 선수들을 지나치게 배려하며 팀을 통솔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중심축들이 자리를 잃으며 자연스레 전체적인 팀 밸런스 붕괴로 이어졌다는 것이었다.
이승우를 비롯해 이번 베네벤토전 선발진은 경질 위기에 처한 그로소 감독이 이러한 비판을 의식해 구성한 듯 보였다. 그리고 이승우는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번 경기 승리로 기세를 탄 선발 선수들을 계속해서 기용할 가능성이 크다. 다음 경기에서도 이승우의 선발을 예상할 수 있는 이유다.
이승우의 활약은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에도 호재다. 벤투 감독 역시 이승우가 지금의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그의 재승선을 검토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벤투 감독이 10월 A매치를 끝으로 이승우를 대표팀에 부르지 않은 이유는 두 가지였다. 그는 11월 A매치에 나설 선수들 명단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승우 탈락에 대해 “해당 포지션에 경쟁이 치열하다. 동일 포지션에 능력이 좋은 멀티 플레이어들이 포진돼 있다. 경험 많은 선수들도 있고 이승우는 지난번 소집됐지만 많이 뛰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소속팀에서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과 같은 흐름대로면 벤투 감독이 내세운 두 번째 요건은 충족한 셈이다.
이미 지난 6차례 A매치를 통해 내년 1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에 나설 정예요원들의 압축은 끝났다. 벤투 감독은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 시절부터 베스트 11에 큰 변화를 두지 않는 성격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변수가 있다. 2선에서의 붙박이로 활약하고 있던 남태희는 십자인대 부상으로 출전이 어려워졌고, 손흥민은 소속팀 토트넘과의 합의에 따라 아시안컵 초반 2경기까지 출전할 수 없다. 벤투 감독이 2선 공격진에 대한 플랜 B를 구상해 놔야 한다는 뜻이다. 더군다나 이승우는 벤투 감독이 부임 초기인 9월부터 계속 지켜봐 오며 훈련까지 같이 해왔던 터. 발탁 명분은 충분하다.
이승우가 벤투 감독에게 자신을 증명할 기회는 얼마 남지 않았다. 승선을 원한다면 그 누구보다 바쁜 연말을 보내야 한다. 선택은 벤투 감독의 몫이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