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보석 기간에 음주와 흡연하는 장면이 포착돼 ‘황제 보석’ 논란에 휩싸인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측이 “보석은 재벌 특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오영준)는 12일 이 전 회장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의 혐의 2차 파기환송심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날 이 전 회장의 ‘황제 보석’ 논란과 관련해 “언론 보도처럼 피고인은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해 보인다.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기 때문에 피고인이 중벌을 면하기 위해 도주하고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이 전 회장의 보석을 취소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에 대해 이 전 회장 측 변호인은 “보석은 불구속 재판 원칙의 결과”라며 “재벌 특혜라는 건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 전 회장은 회삿돈 400억원을 횡령하고 법인세를 포탈한 혐의로 2011년 1월 재판에 넘겨졌지만 두달 여만에 간암 치료 등을 이유로 구속집행이 정지됐고, 이듬해 6월 보석으로 풀려났다.
1심은 이 전 회장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4년 6개월에 벌금 20억원을 선고했고 2심에서는 벌금만 10억원으로 줄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전 회장의 횡령액을 재산정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전 회장은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 6개월, 벌금 6억원으로 감형됐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 10월 이 전 회장의 조세포탈 혐의를 분리해 선고하라는 취지로 다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내 이 전 회장은 세 번째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형이 확정되지 않은 이 전 회장은 7년째 병보석 상태지만 최근 간암 환자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정상적인 생활을 한다는 보도가 나와 논란이 일었다. 앞서 MBC 등은 전직 수행비서 증언을 토대로 이 전 회장이 보석 기간임에도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웠으며, 명품 쇼핑과 영화 관람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택과 병원으로 거주지를 제한한 병보석 규정을 어기고 강남 일대를 돌아다니며 매주 외식을 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황제 보석’이라는 비판이 계속됐다.
하지만 이 전 회장 측은 이날 공판에서 ‘황제 보석’ 논란에 대해 “일반 국민들은 꼭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배후세력이 의도적으로 왜곡한 것 아니냐”며 검찰의 보석 취소요청에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피고인이 재벌이라는 신분 때문에 특혜를 받는 게 아니라 정당한 법 집행의 결과”라며 “가난한 이들이 보석이 안 될 경우를 지적해서 불구속 재판을 받도록 해야지 이걸 특혜라고 해선 안된다”고 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