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해 고객 외모를 평가해온 쿠팡 배송 직원(쿠팡맨)들이 구설에 올랐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물을 통해 이들의 발언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지난 5일 올라온 게시물은 쿠팡맨 전용 앱 화면을 찍은 사진이었다. 이 앱에는 “내 스타일” “역대급 반전” “개인 취향 존중합니다” 등의 말이 적혀있었다. 한 고객의 집을 방문한 쿠팡맨이 ‘내가 선호하는 외모의 고객’이라는 취지의 기록을 앱에 남겼고, 뒤이어 같은 고객 집에 물품을 배송한 다른 쿠팡맨도 의견을 내놓은 것이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외모라는 뉘앙스였다.
각 쿠팡맨이 남긴 기록은 짧게는 한 달, 길게는 5개월 정도의 기간을 두고 작성됐다. “내 스타일”은 지난해 12월 30일에, “역대급 반전”은 지난 8월 22일에 기록된 식이다. 고객 외모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이 1년에 걸쳐 5~6차례 적힌 것. 쿠팡 관계자는 12일 국민일보에 “특정 지역 쿠팡맨이 다음 담당자에게 메시지를 남기는 형식”이라며 기록 작성 간격에 차이가 나는 까닭을 설명했다.
애초 이 전용 앱은 ‘고객 돌봄 메시지’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아이가 있으니 초인종을 누르지 마라’처럼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전임자가 후임에게 배송 시 주의사항을 적는 용도다. 관계자는 “배송 직원이 그만두거나, 담당 지역이 바뀌는 경우 원활한 업무를 위해 쓰는 앱”이라며 “따라서 같은 지역 담당자끼리만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논란이 된 외모 평가 기록도 특정 지역 쿠팡맨끼리만 봤다고 한다. 다만 평가글을 쓴 정확한 인원은 확인되지 않았다. 알려진 것 외에 부적절한 메시지가 더 있었는지도 파악 중이다. 쿠팡 측은 여태까지 확인된 직원에 대해 대기 발령 조처를 하고, 배송 업무에서 배제했다. 평가글을 썼으나 이번 논란이 불거지기 전에 이미 퇴사한 직원도 있다.
쿠팡 측은 앱에서 메시지 작성 기능을 아예 삭제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초인종 대신 노크할 것’ 등의 기본적인 배송 팁을 시스템에 미리 입력해두고, 쿠팡맨들이 알맞은 보기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관계자는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며 “문제 확인 후 필요한 모든 대응을 하고 있다.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도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네티즌은 쿠팡맨의 외모 평가글도 충격적이지만, 이를 본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들의 댓글도 적절하지 못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몇몇 회원들은 “사실 안 들키면 아무 문제 없는 대화” “저 정도는 양호하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이에 네티즌들은 “정말 이렇게 생각하는 거냐” “당연히 문제 있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