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가 공공성을 외면한 채 수익 창출에만 매달리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개발 방식에 대해 전국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처음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는 개발이익은 LH가, 재정부담은 지자체가 떠안는 개발방식에 대한 방향 전환을 요구한 것으로 전국 지자체들의 반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재준(사진) 고양시장은 12일 “택지개발로 인한 이익은 LH가 얻고 공공시설, 문화·복지시설, 주차장, 도서관 등 주민 삶에 필수불가결한 기반시설 건립비용은 105만 고양시민에게 고스란히 전가되는 LH 공공택지개발사업 방식이 이제는 크게 바뀌어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했다.
고양시의 경우 LH는 삼송·원흥지구를 비롯한 5개의 공공택지지구와 덕은 도시개발사업지구까지 모두 6곳의 택지개발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주민들의 행정·복지수요도 더욱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법령에 따르면 공공택지지구 내 공공시설, 문화·복지시설, 주차장, 도서관 등 사회기반시설은 지자체가 조성해야 한다. 이에 따라 고양시가 향후 LH로부터 부지를 매입해서 구축해야 할 기반시설은 무려 52개소로 토지 매입비만 약 4000억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시장은 “기존에 있던 공공청사 부지까지 지자체에 비싼 값에 매입하라는 LH의 행태는 서민을 위한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공공개발의 당초 취지를 무시한 채 땅장사를 하겠다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어 “택지지구 내 문화·복지시설 설치가 마치 확정된 것처럼 주민들에게 홍보하고 정작 분양 후에는 필요하면 지자체가 부지를 매입해서 직접 지으라는 ‘나 몰라라’식 개발방식은 무책임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시개발 전문가들은 이러한 LH의 택지개발 방식이 지자체들의 재정 부담을 가중은 물론 민·관 사이의 갈등과 대립을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주민 공공시설 부족은 곧 지자체를 상대로 한 집단민원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삼송지구 5500여명의 주민들은 수년째 방치된 문화·복지시설 부지를 조속히 매입해 개발할 것을 요구하는 집단민원을 고양시에 제기했지만 부지 매입비만 수백억원을 넘고 건축비용까지 포함하면 수천억원에 달하다 보니 시 재정 여건으로는 주민들의 요구 해결이 쉽지 않은 상태다.
이 시장은 “공공성을 외면한 LH의 공공택지개발에 지자체의 재정 부담이 가중되고 105만 시민의 고통도 지속되고 있다. LH는 주민을 위한 사회기반시설 조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LH의 책임 떠넘기기가 계속될 경우 향후 경기도 31개 시장·군수와 연대해 문제해결을 촉구할 것”이라며 강한 대응 의지를 피력했다.
한편 LH가 공공개발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해 지역사회 전반에 불신이 커져가고 있다. 정부가 지난 9월 발표한 3기 신도시의 유력 후보지로 알려진 고양시 원흥지구 일원의 LH 개발계획 도면이 유출됨으로써 LH가 오히려 부동산 시장의 혼란만 키웠다는 목소리가 높다.
고양=김연균 기자 yk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