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해 2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 사건에 리홍 전 주베트남 북한대사의 아들 리지현(34)이 연루된 데 대해 베트남에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지현은 베트남 여성 도안 티 흐엉을 포섭해 김정남 암살에 이용한 용의자로 말레이시아 경찰이 지목한 인물이다.
베트남 현지 소식통은 11일 “북한이 베트남 여성을 김정남 암살에 끌어들인 것과 관련해 베트남 정부에 비공식적으로 사과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북한의 사과를 계기로 냉랭했던 양국 관계가 개선됐고, 최근 리용호 외무상의 베트남 방문이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 외무상은 지난달 29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베트남을 찾아 응우옌 쑤언 푹 총리를 예방하고 팜 빈 민 부총리 겸 외무장관과 회담했다. 당시 북한 매체들은 “쌍방은 두 나라 사이의 친선 협조 관계를 더욱 확대 발전시킬 데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보도했다. 베트남은 김정남 암살 사건 이후 북한과 냉랭한 관계를 유지해 왔는데, 북한의 사과를 계기로 회복됐다는 얘기다.
어려서부터 베트남에서 생활해 현지어에 능통한 리지현은 2016년 12월 북한 보위성 소속 리재남과 함께 베트남 하노이에 입국해 연예인 지망생으로 알려진 흐엉에게 접근해 포섭한 것으로 알려졌다. 흐엉은 2017년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 얼굴에 맹독성 신경작용제를 묻혀 살해한 혐의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리지현 등 북한 국적 용의자 4명은 범행 당일 평양으로 도피했다. 북한은 이 사건과 관련해 김정남이 아닌 ‘김철’이란 이름의 자국민이 단순 심장마비로 사망했고, 리지현 등 4명은 그가 숨진 시점에 우연히 같은 공항에 있었을 뿐이라는 입장을 보여왔다. 그랬던 북한이 베트남 정부에 비공식적으로 사과의 뜻을 전한 건 김정남 암살을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도 해석돼 파장이 예상된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