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거주시설 이야기1] 동행

입력 2018-12-11 18:00 수정 2018-12-11 19:32
장애인거주시설 이야기1
- 동행 -
글쓴이 이정원(혜림생활원)

‘장애인거주시설 이야기’는 장애인복지법 58조에 의해 장애인에게 거주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의 진솔한 이야기다.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에서 시설 거주인들의 이야기를 일반 대중에게 전달하고, 시설들에게는 개선 모형이 될 수 있도록 보급하기 위해 거주시설 직원에게 받은 칼럼이다.

장애인거주시설 서비스가 이용자의 개인별 삶을 지원해 주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다양한 방법으로 서비스 개선이 추진되고 있다.

다음은 칼럼 전문이다.

장애인거주시설 동백원은 법인의 ‘동행’ 가치를 이용자, 직원, 지역사회를 별개로 구분하지 않고 실천하고 있다. 그리고 직원에 대한 근무환경 개선과 지역사회 자원 연계를 통해 이용자의 삶을 개선하고 향상시키는 것을 기반으로 한다.

동백원은 직원의 쉼과 역량강화가 이용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깊은 연관이 있다고 보고 직원의 근무환경과 교육부분에 많은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이용자서비스 질 개선을 위한 재활치료와 심리·정서지원, 중증장애인을 위한 전문 케어 등 다양한 영역에서 지원하고 최중증 이용자 케어전담부서도 운영하고 있다.

동백원의 ‘동행’이라는 가치가 실천으로 이어지는 것은 장애인거주시설 운영의 좋은 모형일수 있으며 여느 시설에서도 이용자에 대한 서비스질 제고와 직원의 근무환경 지원이 중요한 운영가치로 실천되었으면 한다.

동백원은 80명의 중증장애인에게 거주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운영비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이용자 1인당 1식 단가는 2375원인데 이는 김밥 한줄 가격보다 적다.

정부의 관리운영비 보조로는 전기, 수도요금 등 공공요금을 납부하고 약간의 운영비로 사용하기에도 녹녹치 않다.

그래서 지역사회 자원 연계와 모금이 필요하다. 동백원의 모금 수준은 여느 시설보다 상당한 수준이다. 모금 기반으로 운영되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월드비전 등과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매우 전문적이며 세심하게 접근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이런 동백원의 모금사업에 대한 노력과 결과물을 들여다보기 위해 여러 시설들에서 동백원을 방문하기도 한다.

시설의 직원들은 종종 “우리의 복지와 인권은 누가 챙겨주는 거야?” 자문한다. 이용자에 의한 폭행, 폭언 등이 적지 않은데 말할 곳이 없다. 야간시간에도 편히 잘 수가 없다.

벽에 머리를 부딪치는 도전적 행동과 갑자기 울거나 경기를 하는 등 너무 다양한 행동들이 쉴 새 없이 발생하는 곳이 거주시설이다.

시설에는 이용자 수에 따라 직원이 지원되는데 시설의 살림살이를 살고, 이용자를 지원하기에는 부족한 형편이다. 한 명의 직원이 여러 가지 업무를 할 수 밖에 없다.

몸이 아파 쉰 다해도 대체인력이 없어 쉬어도 동료에 대한 미안함과 쉬지 않으면 힘듦을 감수해야 한다. 정성스럽게 일하다보면 퇴근시간을 훌쩍 넘어선다. 야근을 하거나 연장근로를 해도 보조예산의 범위가 있어 적정 수당을 기대하기 어렵다.

시설의 이런 현실에서 이용자에 대한 질 높은 서비스를 생각하다 보면, 동백원에서 직원을 바라보는 가치가 생각나게 된다. 직원의 수준이 높아야 서비스 질도 개선될 수 있다. 직원의 행복하면 이용자에 대한 서비스도 향상될 가능성이 많다. 동백원은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외부 교육이나 직원이 희망하는 교육연수 뿐 아니라 친목모임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10년 이상 상근한 직원에게 5년마다 1개월의 안식월을 지원한다. 직원을 격려하고 재충전을 해 주고자 함이다. 장기근속 직원이 많을수록 더 전문적이고 세밀한 서비스 지원이 가능하다고 동백원은 생각한다. 물론 법인의 비용부담이 적진 않지만 동행의 가치 실현을 위한 투자로 볼 수 있다.

법인 사우회에서 운영하는 동아리는 직원들의 활력소다. 팀내에서 팀원들과의 업무가 대부분인 직원들인데 법인내 동아리 활동을 통해 팀 간 교류, 법인 산하 시설 간 교류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동료애도 높아진다.

동백원 시설장은 직원이 일하면서 불편한 것은 없는지, 어떤 부분을 바꾸면 좋을지 꼼꼼하게 관찰한다. 직원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고민하고 개선하는 것이 시설장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일터가 즐거우니 동백원의 직원들은 시설의 모금사업을 거든다. 동행의 신규후원자는 매년 300~400명 정도 늘어나는데 대부분이 직원들이 연결한 후원자다. 직원의 후원개발을 강요하지도 않고 바자회도 진행하지 않는다.

법인이나 시설 차원에서 매년 몇 명의 후원자를 늘려야 한다는 목표도 없다. 하지만 직원들에게 모금은 후원 전담 담당자의 업무가 아니라 함께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퍼졌다. 이는 30여 년 동안 직원을 중요하게 여기고 지원해 온 결과물 중에 하나다.

최근 3년 동안 120명의 후원자를 연계한 직원은 거절당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런 용기는 ‘내가 행복하게 다니고 있는 직장에 대한 믿음’에서 나온다.

시설 운영을 이야기 할 때 직원 복지를 염두에 두기는 쉽지 않다. 직원의 복지가 이용자의 복지가 된다고 믿었기에 동백원이 여기까지 온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직원 복지가 후원을 부르고, 후원금 덕분에 걱정 없이 제공하고 싶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직원은 그 속에서 즐겁게 일하며 최선을 다한다.

시설 직원의 쉼과 역량강화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실제로 이용자의 삶의 질을 풍성하게 할 수 있다.

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