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분들이 공연을 보시면서 ‘정말 돈이 아깝지 않구나. 왜 황정민, 황정민 하는지 알겠다. 저 사람의 연기라는 게 어떤 것인지, 왜 저렇게 무대 위에서 열정적으로 연기를 하면서 살아가는지 알겠다’ 말씀하실 수 있는 공연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국민배우 황정민(48)이 1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온다. 고대 그리스 3대 비극작가로 명성을 떨쳤던 소포클레스의 희곡 ‘오이디푸스’를 통해서다. 그는 지난해 연극 ‘리차드3세’를 통해 10년 만에 성공적으로 무대에 복귀했다.
11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카오스 홀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황정민은 “이번 작품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를 충분히 받아 가시기를 바란다. 황정민의 ‘오이디푸스’가 각인이 돼 이것과 견줄만한 작품이 없다는 말을 들을 수 있을 만큼 잘하고 싶다”고 말했다.
약 2500년 전에 쓰인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할 것이라는 저주의 신탁을 피하기 위해 태어나자마자 발이 묶인 채 산에 버려진 오이디푸스의 이야기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의 이론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통해서도 잘 알려져 있다. 가혹한 진실을 좇아 힘겨운 여정을 하는 오이디푸스의 모습은 인간 존재의 의미를 좇는 전 세계 수많은 이들에게 줄곧 사랑받았다.
극에서 “‘나는 사랑했고, 그래서 고통스러웠다’는 대사가 가장 인상 깊었다”는 황정민은 아무리 벗어나려 애써도 굴레를 벗어날 수 없는 테베의 왕 오이디푸스 역을 애절하고도 완벽하게 소화할 예정이다.
그는 “관객분들에게 늘 감사해 하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면서 지내왔는데, 지난 ‘리차드3세’ 공연을 하면서 이 말이 피부에 절실하게 와 닿았다. 공연이 끝나고 커튼콜을 하면서 공연의 에너지와 관객의 에너지가 합쳐지는 걸 봤을 때, 너무 행복한 나를 보게 됐다. ‘오이디푸스’에서도 다시 한번 경험해 보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라인업도 쟁쟁하다. 멀티 캐스팅이 일반화된 요즘 배우 전원이 원 캐스트로 무대에 오른다. 배우 남명렬(코린토스 사자 역) 배해선(이오카스테 역) 정은혜(테레시아스 역) 박은석(코러스장 역) 최수형(크레온 역) 등 명품 배우들은 황정민과 공명하며 비극의 파장을 극대화한다.
유료 객석 점유율 98%를 기록할 정도로 흥행한 ‘리차드3세’ 제작진도 다시 의기투합했다. 연극·뮤지컬·오페라·음악극·창극을 넘나들며 독보적 연출을 선보여온 서재형 연출가, 한아름 작가, 정승호 무대디자이너 등이 대거 합류했다. 공연은 1월 29일부터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