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래시에 굴복한 건 아냐” 숙대 총학, ‘대자보 훼손사건’ 종료 선언

입력 2018-12-11 15:23


중학교 남학생들이 숙명여대에 붙은 ‘탈코르셋 대자보’를 훼손한 사건과 관련해 숙명여대 총학생회 등이 “사건을 종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숙명여대 학생들은 11일 ‘리바운드’ 총학생회와 중앙 공익인권학술동아리 ‘가치’, 캠퍼스투어 자원봉사자 일동 명의의 입장문을 냈다. 학생들은 “10일 경인중학교 교감과 통화했으나 교감은 사과문 요구 공문 회신 의사를 물은 총학생회장에게 ‘회신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며 “이는 사과 절차를 밟지 않겠다는 의미와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건 해결 의지가 전혀 없고 숙명여대에 부정적인 여론을 언급하며 우리를 협박하는 경인중학교와는 더 이상 사건을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은 지난달 28일 해당 중학교 학생들이 숙명여대 캠퍼스 투어 도중 ‘탈브라 꿀팁을 적어달라’는 참여형 대자보에 여성을 조롱하는 표현이 담긴 낙서를 하면서 불거졌다. 중학교 측은 “학생들이 비속어를 사용해 댓글을 쓴 것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는 공문을 전달했지만, 숙대 총학생회는 “사과문이 아니라 변명문”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숙대 총학생회는 당시 페이스북 글을 통해 “이 사건의 문제점은 경인중 남학생들이 숙명여대 학생들의 대자보를 훼손했다는 것”이라며 “공문에서는 대자보의 ‘일부’ 표현들을 열거해 그 행위가 특별한 이유에 근거해 이뤄진 정당성 있는 행위인 것처럼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인솔교사가 주의를 줬다거나 문제가 되는 표현을 삭제했다는 공문 내용은 거짓”이라며 남학생의 자필 사과문과 인솔교사의 사과문을 요구했다.

숙대 학생들은 ‘사건 종료’를 선언한 이유에 대해 “많은 학우들이 상처받고 지쳤다”며 “사건 종료는 전략적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백래시(반발심리)에 굴복한 것은 아니다. 굴복하지 않겠다고 학우들과 사회에 선언했다”며 “우리는 계속해서 공격받을 것이고 투쟁은 사소한 일로 치부되겠지만 그 행보는 숙명을 바꾸고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