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천 한 자동차용품 창고 화재 현장에서 발이 묶인 흔적이 있는 시신이 발견됐다. 신원불명의 남성은 불에 탄 쓰레기 더미 속에서 천장을 바라본 채 똑바로 누운 자세로 숨져있었다. 발목은 전깃줄로 추정되는 쇠붙이 성분에 묶여 있었지만 손에서는 이런 흔적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까지 정확한 화재 원인이나 사인 등이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정황이나 증거도 확보되지 않아 사건 해결에 난항이 예상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11일 YTN과의 인터뷰에서 “현장만으로는 극단적 선택인지 타살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손이 풀려있던 것으로 보면 스스로 의지를 가지고 인화 물질을 사용해 불을 지른 후 만에 하나 마음이 바뀌어 도주할까봐 우려돼 발을 묶고 극단적 선택을 했을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 또 “이 경우가 아니라면 손까지 전부 묶었는데 불이 나자 사생결단으로 손은 풀었지만 이미 불이 너무 많이 번져 결국은 도주를 못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현재로서는 (어떤 것도) 알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흉기 등 외상 흔적에 대해서는 “지금 몸에 흉기에 찔린 흔적이 전혀 발견이 안 됐다”며 “물론 훼손이 많이 돼서 정확하게는 알 길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극단적 선택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가 어려운 사건”이라고 말했다.
김광삼 변호사는 훼손된 장기에 집중했다. 그는 “시신의 장기가 굉장히 훼손돼 있었다”며 “이 사건 자체는 장기 훼손이 어떤 형식으로 되어 있느냐가 굉장히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장에 500㎖짜리 시너 2개가 있었는데 살해를 하고 증거를 없애기 위해서 방화를 한 것이 아니냐는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력범죄 가능성에 대해 김 변호사는 “그럴 가능성도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발에 전깃줄이 묶인 것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외부에서 흉기로 찌른 흔적이 있고 그로 인해 장기 훼손이 됐다고 한다면 타살이 명백하다”고 전했다.
그 역시 극단적 선택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김 변호사는 “내부에서만 장기 훼손이 돼 있다고 한다면 독극물을 먹었을 가능성도 상당히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 의뢰했다. 또 공장 일대 CCTV 영상을 확보한 뒤 화재 관련 자료가 있는지 조사를 벌이고 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