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몸값 폭등…성적 지상주의 구단’ 80억원 상한선 스스로 깼다

입력 2018-12-11 14:29

두산 베어스 양의지(31)가 11일 계약기간 4년, 총액 125억원을 받기로 NC 다이노스로의 이적을 결정했다. 125억원은 옵션도 포함되지 않은 전액 보장 금액이다. 앞서 최정(31)은 계약 기간 6년, 총액 106억원을 받기로 하고 SK 와이번스에 잔류했다. 이로써 계약 규모가 100억원이 넘은 선수는 5명이 됐다. 또 80억원 이상의 FA 계약을 맺은 선수는 올해 2명이 추가되면서 18명으로 늘어났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이 하나 있다. 80억원이라는 금액이다. 지난 9월 11일이다. KBO는 이사회를 열어 신규 외국인 선수 몸값을 100만 달러로 제한키로 결정했다. 이를 어길 시에는 해당 구단에 대해 다음 연도 1차 지명권을 박탈하고 제재금 10억원을 부과키로 한다는 제재 규정까지 발표했다.

이 당시 같이 추진된 게 국내 FA 선수들에 대한 상한선 규정이다. 4년 80억원이다. KBO는 같은 달 19일 선수협에 FA 취득 기간 1년 단축, 부상자 명단 제도 도입, 최저연봉 인상 등의 당근책과 함께 4년 80억원 상한제를 제안했다. 매년 치솟는 FA선수들의 몸값 때문에 구단 운영이 어렵다는 이유를 달았다.

선수협이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자 지난 10월 26일 KBO는 이사회를 열고 선수협과 추가로 FA제도 개편안을 논의하지 않기로 의결했다. 시간이 촉박해 개선안을 논의할 수 없다는 이유를 달았다. 향후 재추진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그런데 구단들은 스스로가 정하려던 규칙을 지키지 않았다. 물론 아직 제도화되지 않았으니 지킬 의무는 없다. 이에 앞서 지킬 의사가 있었는지 먼저 묻고 싶다. FA 선수들의 몸값 상승때문에 구단 운영이 어렵다는 게 사실인지 묻고 싶다.

그래서 KBO와 구단들은 지금이라도 말해야 한다. 추진하려해던 80억원의 근거가 무엇이었는지를 말이다. 어찌보면 KBO도 모를지 모른다. 구단주의 명을 받은 구단 사장들이 정한 룰이니 말이다.80억원 상한제는 양의지와 최정의 케이스로 어찌됐든 사문화의 길을 갈 수밖에 없게 됐다. 또 다시 추진하려 든다면 형평성과 공정성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이번 양의지와 최정 계약을 계기로 FA시장의 몸값을 올리는 주범은 성적 지상주의에 빠진 구단들임이 또다시 입증됐다.구단주의 결단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FA 몸값임이 이번에도 드러났다. 구단 운영 또한 구단주의 결단에 따라 180도 달라질 수 있는 구조임이 확인된 것이다. 몸값 거품 논란의 핵심은 구단들에게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FA시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선 구단들을 견제하고 단속할 장치 마련이 우선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