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4학년 P는 조금만 화가 나도 물건을 던지는 습관이 있다. 동생이나 친구들과 놀다가도 게임에서 지거나 하면 물건을 던지며 화를 내곤 한다. 급기야 야단을 치는 엄마에게 물건을 던지는 일이 생겨 병원을 찾았다.
P는 5~6세 쯤에도 종종 물건을 던지는 일이 있었다. 블록 놀이를 하다가 뜻대로 안되면 짜증을 내고 혼자서 블록 조각을 던지면서 울어버렸다. 2~3세 쯤엔 재미로 물건을 던지고 까르르 웃고 어른들이 깜짝 놀라면 더 재미있다는 듯이 그런 행동을 반복했다. 때로는 베란다 밖으로 신발도 던지고 조그만 장난감도 던져보는 놀이를 했었다. 너무 놀라고 화가 난 엄마, 아빠는 그런 행동을 할 때 회초리로 때리거나 손으로 때리곤 하였다.
아이들은 다양한 놀이를 하면서 성장한다. 손에 힘이 생기고, 팔의 힘을 조절하여 물건을 던질 수 있다는 건 아이에게는 신기한 경험입니다. 2~3세 쯤에 이런 식으로 물건을 던져 보는 실험을 반복해보곤 시들해지면 멈추곤 한다. 하지만 어른들이 아이의 이런 행동을 보고 화들짝 놀라서 과잉 반응하게 되면 아이는 관심을 끌기 위해서 이런 행동을 반복하게 된다. 특히 평소에 부모의 관심이 부족한 경우에 더욱 그럴 수 있다.
따라서 아이에게 관심을 좀 더 갖고, 물건을 던지는 행동에 대해서는 무심한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 또 부모가 간섭이 심한 경우엔 아이는 자신의 경계를 확보하기 위해 물건을 던지는 행동을 할 수도 있다. 더 이상 나를 귀찮게 하지 말라는 뜻이다. 내 영역을 침범하지 말라는 신호일 수 있다. 이럴 땐 당연히 간섭과 잔소리를 줄여야 한다. 아이의 자율성을 존중해 주고 아이의 선택을 기다려 주여야 한다.
하지만 행동의 한계는 정해 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던져도 되는 물건과 안 되는 물건을 가르쳐 주자. 예를 들어 공을 던지는 것과 리모콘을 던지는 것은 다르다는 걸 인식하게 해야 한다. 재미로, 놀이로 물건을 던지는 아이에게는 이 차이점을 알려주어야 한다. 물건 대신 공을 던지며 놀이 하게 하는 방법도 좋다. 하지만 이런 아이들에게도 사람을 직접 겨냥해서 물건을 던지면 안 된다는 것은 확실히 가르쳐주자. 사람의 얼굴을 향해 물건을 던져 상대가 화들짝 놀래며 반응을 하면 아이는 이것을 보고 재미를 느껴 이런 행동을 반복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화가 나서 물건을 던지는 행동에 대해서는 단호한 태도를 보여 주어야 한다.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라는 걸 가르쳐 주자. 그렇다고 부모가 화를 내면서 야단치라는 건 아니다. 부모가 화를 절재하지 못한다면 훈육이 의미 없어진다. 아이도 부모의 행동을 모방하여 더욱 심해질 수 있고, 행동에 비해 과도하게 야단을 맞으면 부모에 대한 분노, 반항이 생겨 장기적으로는 더욱 심해지기 때문이다.
아이의 행동에 걸 맞는 정도의 타임아웃이나 패널티를 일관되게 주어야 한다. 그리고 짜증이나 화가 났을 때 그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평소에 가르쳐 주자. 아직 언어가 충분히 발달되지 못한 연령대에서는 물론이고 그 이후의 아이들도 화를 말로 표현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평소에 감정을 표현 하는 ‘언어’들에 익숙해 질 수 있도록 도와주자. 부모가 감정을 다양한 어휘로 표현해 보자. 아이도 금방 배워간다. 부모가 아이의 감정을 읽어 주는 것도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는 데 매우 도움이 된다. 이외에도 감정을 표현하는 다양한 단어들이 적힌 ‘감정 카드’ 놀이 등도 좋다.
이호분(연세누리 정신과 원장, 소아 청소년 정신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