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 산이의 신곡 ‘웅앵웅’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으로 여성 네티즌의 지지를 받았던 유튜버 김영빈이 역풍을 맞았다. 산이의 곡이 ‘여성 혐오적’이라고 했던 그가 최근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한 콘텐츠 제작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위선적이라는 지적이 쏟아지자 김영빈은 결국 사과 영상을 게시했다.
김영빈은 지난 8일 유튜브 채널 ‘데블스TV’에 ‘진심으로 죄송합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동료 유튜버 이혜원도 함께 촬영했다. 이들은 약 5개월 전 같은 채널에 게시했던 영상 관련, 여성에 대한 성희롱적 발언과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한 내용이 포함됐다는 지적을 받았다며 “실망시켜드려 죄송하다”고 말했다.
김영빈과 이혜원이 언급한 영상은 유명 영화에 등장한 대사를 전라도 사투리를 활용해 다소 선정적으로 바꾸는 내용이었다. 이 과정에서 노출 의상을 입지도 않은 이혜원의 가슴 부분에 모자이크를 하고, ‘~년’이라는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등 부적절한 장면이 등장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영빈은 최근 급진적 페미니즘 표방 사이트 회원을 비난했던 산이에 대한 소신 발언으로 화제가 됐던 터라 논란이 더욱 거셌다.
이혜원은 먼저 영상 제작에 자신만 참여했다고 해명했다. 김영빈은 출연만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여자는 조신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을 바꾸고 싶었다. 여성이 주체적으로 성적인 농담을 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다”고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김영빈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상에 들어간 사진, 자막, 내용은 의도와 무관하게 부적절했음을 인정한다”면서 “누가 제작했던 데블스TV를 통해 업로드된 것이기 때문에 제 잘못이 맞다. 영상을 즉시 삭제하겠다”고 사과했다. 김영빈은 영상 콘텐츠 제작·유통을 하는 주식회사 데블스TV의 공동대표다.
이혜원도 “년이라는 말이 여성 혐오 표현 중 하나인 것을 몰랐다”며 “구독자의 지적을 통해 알게 됐다. 이 부분에 대한 지적 또한 겸허히 받아들이고 앞으로 쓰지 않겠다”고 말했다.
앞서 김영빈은 산이의 곡 웅앵웅 가사를 세세히 분석하며 “산이씨는 굉장히 얕은 논리로 사회에 정의로운 척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웅앵웅은 산이가 급진적 페미니즘을 표방하는 워마드 또는 메갈리아 회원들을 비판한 것이라고 설명했던 곡이다. 이후 산이의 주장에 공감하는 네티즌들이 김영빈의 소셜미디어(SNS)에 악성 댓글을 달자, 김영빈은 “도저히 못 참겠다. 온갖 모욕, 살해 협박에 강경 대응 하겠다”며 고소 의사를 드러내기도 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