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31일이다. 롯데 자이언츠는 NC 다이노스와의 사직 경기에서 5-5로 맞선 9회 초 대거 실점하며, 5-10으로 패배했다. 7연패에 빠졌다. 경기 후 구장을 빠져나가던 이대호(36)를 향해 치킨이 든 박스가 날아왔다. 등에 맞은 이대호는 잠시 응시한 뒤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를 떴다. 그리고 다음 날 극적으로 롯데는 7연패에서 탈출했다.
롯데 선수들은 가을 야구를 위해 한 시즌 내내 힘을 모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그러나 그 중심에서 롯데 선수들을 이끌었던 주장 이대호가 있었다.
이대호는 올 시즌 롯데의 144게임에 모두 출전했다. 543타수 181안타, 타율 0.333을 기록했다. 최다안타 3위였다. 타율은 리그 11위였다. 홈런은 37개나 때려냈다. 전체 6위였다. 2010년 44홈런 이후 개인 최다 홈런 기록이다. 125타점을 올렸다. 이 또한 2010년 133타점 이후 두 번째 최다 타점이다. 올해도 변함없는 성적을 기록한 것이다.
지난해 시즌을 앞두고 계약 기간 4년, 150억원을 받고 롯데로 복귀한 이대호였다. 엄청난 몸값에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그는 실력으로 잠재웠다. 지난해 142게임을 뛰며 173안타, 타율 0.320을 기록했다. 34홈런을 때렸다.111타점 73득점을 올렸다. 30대 중반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는 활약이다.
그리고 올해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지명타자 부문을 거머쥐었다. 2006~2007년, 2011년, 2017년 1루수 부문에서 받았고, 2010년 3루수 부문 수상에 이어 세 번째 부문인 지명타자에서 받는 영광을 안았다.
이대호가 수상 소감에서 언급한 단어가 우승이다. 이대호는 2001년 2차 1라운드 4순위로 롯데에 입단한 뒤 개인적으로 이룰 것은 모두 다 이뤘다. 2010년 9경기 연속 홈런이라는 세계 신기록를 수립하며 정규시즌 MVP까지 차지했다. 타격 7관왕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도 수립했다. 일본 소프트뱅크 호크스에서 뛰던 시절에는 재팬시리즈 우승도 맛봤다.
그러나 이대호는 롯데에서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다. 롯데의 한국시리즈 우승은 1984년과 1992년 두 번뿐이다. 이대호는 한국시리즈 무대도 한번도 밟아보지 못했다.
솔직히 이대호에게도 시간이 많지 않다. 2년 뒤면 한국 나이로 불혹이다. 2년 내 승부를 봐야한다. 26년 동안 이루지 못한 롯데 우승은 이대호 뿐만 아니라 롯데팬 모두 간절히 바라고 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