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앞 분신 택시기사, 손석희 JTBC 대표에 남긴 유서

입력 2018-12-11 00:10 수정 2018-12-11 09:43
뉴시스

카카오 모빌리티의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며 분신한 최모씨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손석희 JTBC 대표이사 앞으로 유서를 남겼다. 그 중 손 대표에게 남긴 유서가 공개됐다.

최씨는 10일 오후 2시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으로부터 약 500m 떨어진 곳에 멈춘 택시 안에서 분신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했다. 스스로 시너를 몸에 끼얹고 불을 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택시노조 4개 단체는 “최씨가 이 대표와 손 대표 앞으로 유서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손 대표 앞으로 적성된 유서를 먼저 공개했다. 택시노조는 11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이 대표 앞으로 쓰인 유서의 공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택시노조가 공개한 유서에서 최씨는 “택시 근로자들이 제대로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며 이 한 몸을 내던져 본다”고 적었다. 최씨가 분신을 계획하고 실행한 점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씨는 택시 서비스에 대한 여론의 불만과 비판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는 “택시기사도 반성할 부분이 있다. 승차 거부, 불친절은 공감하는 부분”이라며 “왜 그럴까. 택시는 12시간을 근무해도 5시간만 인정받는다. 최저임금을 맞추기 위해 근무 시간을 줄였다”고 주장했다. 열악한 근로 환경이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최씨는 또 “정부가 노사 협약 사항이라며 묵인하고, 특수 업종으로 분류해 장시간을 근무하고 보수를 제대로 못 받아도 하소연할 수 없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최씨는 IT기업의 운송업 진출로 인한 불공정거래를 주장했다. 그는 “카풀 요금을 택시 요금의 70~80% 수준으로 책정하고 20%는 수수료를 취하겠다는데, 승객을 수송하려면 정부에 유상운송요금을 신고하고 허가를 취득한 뒤 미터기를 장착해 이에 따른 정상적인 요금을 받아야 한다”고 적었다.

최씨는 카카오 모빌리티에 “카풀 요금은 카카오에서 무슨 근거로 요금을 책정해서 손님에게 받을 것인지 답하라”고, 택시노조에 “카풀이 무산될 때까지 끝까지 투쟁 바란다. 카풀이 제지되는 날까지 내 시신을 카카오 본사 앞에 안치해 달라”고 각각 요구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