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未生)은 바둑에서 집이나 대마가 아직 완전하게 살아 있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미생인 각각의 한 집이 서로 연결돼 두 집이 됐을 때 비로소 살게 되는데, 이것이 ‘완생’이다. 한 TV드라마의 제목으로 사용되며 많이 알려졌다. 아직 자신의 뜻을 이루지 못한 상태의 요즘 젊은이들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보류선수 제외 명단에는 모두 73명이 들어있다. 이 가운데 투수는 48명이다. 박정진(42), 임창용(42), 이명우(37), 조정훈(33)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베테랑들도 많지만 1군 마운드에서 제대로 던져보지도 못한 채 추운 겨울 거리로 나온 젊은 선수들도 많이 포함돼 있다.
한화 이글스 성시헌(19)은 올해 한화 이글스가 1차 지명한 선수다. 계약금은 1억2000만원이었다. 그러나 1군에서 한 경기도 뛰지 못하고 방출됐다. 넥센 히어로즈 김성택(21)은 2차 4라운드 32순위로 넥센 히어로즈에 2016년 입단했다. 그러나 1군 기록을 전혀 남기지 못한채 방출됐다.
현도훈(25)은 올해 육성선수로 두산 베어스에 입단했다. 일본 교토고쿠사이고와 큐슈교리츠대를 나온 선수였다. 올해 3게임에 나와 1패만을 기록하며 평균자책점 7.27을 기록했다. 그리고 방출됐다. 성영훈(28)은 2009년 두산 베어스 1차 지명선수였다. 계약금만 5억5000만원이었다. 그러나 10년이 흘렀건만 연봉은 최저인 2700만원이다. 2009년 9경기, 2010년 15경기, 그리고 지난해 1경기가 전부였다. 통산 25경기에 나와 2승 1패, 평균자책점 4.18을 남겼다.
207㎝의 최장신 장민익(27)은 2010년 1라운드 7순위로 두산에 입단했다. 2010년 9게임을 뛰며 가능성을 엿보였다. 그러나 출전 경기수는 점점 줄어들다 올해는 3게임밖에 나오지 못했다. 통산 31게임에 나와 1홀드만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은 10.09였다.
이윤학(24)은 2013년 3라운드 24순위로 LG 트윈스에 입단했다. 그리고 KT 위즈와 KIA 타이거즈를 거쳤다. KT 시절인 2015년 2경기에 나와 3이닝 동안 8실점한 게 1군 경력 전부다. 안성무(28)는 2015년 육성선수로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했다. 지난해 5경기, 올해 2경기를 1군에서 뛰었다. 통산 7경기에 나와 14이닝 동안 13실점했다. 평균자책점 8.36을 남겼다.
동아대를 졸업한 김도영(25)은 2016년 2차 2라운드 61순위로 KT 위즈에 지명을 받았다. 2017년 단 1경기를 뛰었다. 방출의 칼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LG 트윈스 전인환(28)은 2009년 2차 6라운드 46순위로 히어로즈에 입단했다. 2015년 LG 트윈스로 옮겨왔다. 2016년 5경기 그리고 올해 5경기 출전이 전부다. 통산 12이닝을 던져 3실점하며 평균자책점 2.25를 남겼다.
이들은 모두 젊다. 다른 길을 찾는 이도 있겠지만 대부분 현역 연장의 꿈을 꾸고 있다. 미생의 상태인 그들이 완생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돌아오길 기대한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