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승부조작 혐의로 KBO로부터 영구실격 처분을 받은 전 넥센 히어로즈 문우람(26)이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은 브로커가 아니라며 결백을 주장했다. 문제는 같은 혐의로 영구실격 처분된 전 NC 다이노스 이태양(25)이 같은 자리에서 6명의 현직 야구선수 실명을 거론했다는 점이다. 이들 또한 승부조작 또는 불법 도박을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조사를 받지 않았고 자신들만 법적 처벌을 받았다고 항변했다.
이태양은 2015년 승부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이미 유죄가 확정됐다. 문우람 또한 이태양에게 승부 조작을 제안한 혐의로 1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받은 뒤 대법원 절차까지 끝난 상태다. 둘다 KBO로부터 영구 실격 처분을 받은 상태다.
문우람과 이태양이 6명의 실명을 거론한 것은 상당한 문제가 있는 게 사실이다. 우선 현직 선수들의 실명이 브로커의 전언으로 나온다는 점이다. 이들이 직접 확인한 내용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또한 자신들의 결백을 주장하는 것과는 하등의 관계가 없다. 해당 선수들이 강하게 부인하고 있어 무혐의가 나올 경우 회복불가능한 역풍에 휘말릴 수 있다. 실제 해당 선수들은 한결같이 승부조작이나 불법 베팅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법적 대응까지 언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미 물은 엎질러졌다. 이들 주장의 진실성을 검증해야 할 단계에 왔다. 무작정 덮고 넘어가기엔 상황이 너무 커져버렸다. 구단을 통해 본인 확인 절차만을 거치는 것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강도 높은 조사가 이뤄지는 게 마땅하다. 이미 일부 선수들의 경우 검찰 조사를 받았더라도 재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KBO가 구단의 말만 믿고 덮어 버리는 행태가 되어선 안 된다. 공정한 외부 수사기관의 힘을 빌려야 한다. 그래야만 승부조작의 먹구름이 완전히 그치지 않은 프로야구계가 올바르게 서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