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골든글러브 투수 부문 후보는 모두 31명이다. 지난해 26명보다 5명이나 늘었다. 이 가운데 중간과 마무리 등 불펜 투수는 한화 이글스 정우람(33)과 롯데 자이언츠 오현택(33) 밖에 눈에 띄지 않는다.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 자격 요건은 타이틀 홀더, 규정이닝 이상, 10승 이상, 30세이브 이상, 30홀드 이상 중 한 가지 이상 충족할 경우에 해당된다. 정우람은 세이브왕과 30세이브 이상을 올려 후보에 올랐다. 오현택은 홀드왕 타이틀로 후보에 들었다.
그렇다면 불펜 투수들의 수상 가능성은 있을까. 하늘의 별따기다. 2013년 넥센 히어로즈 소속이던 손승락(36)이 46세이브로 세이브왕에 올랐을 때 수상한 게 가장 최근이다.
삼성 라이온즈 소속이던 오승환(36)은 2006년과 2011년 47세이브로 단일 시즌 최다 세이브를 기록한 해는 물론이고 다섯 차례 세이브왕에 올랐지만 골든글러브를 받은 적은 없다.
2001년 불펜 투수로도 뛰었던 LG 트윈스 신윤호(43)가 다승왕을 내세워 골든글러브를 받긴 했지만 진정한 불펜투수로 받았다고 하기에는 애매하다. 그에 앞서선 한화 이글스 구대성(49)이 1996년 다승 1위, 세이브 2위를 앞세워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또 1994년에는 태평양 돌핀스 정명원(52)이 40세이브로 1위에 오르며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1993년에는 해태 타이거즈 선동열(55)이 31세이브를 앞세워 골든글러브를 받았다. 이 당시 투구 이닝이 모두 100이닝을 넘기던 때라 진정한 불펜 또는 마무리 투수들은 아니었다.
이 모든 경우가 불펜 투수가 받았던 것이라고 쳐도 선발 투수들과 비교하면 수상 횟수는 너무나 적다. 선발 투수들에 비해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는 현실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 프로야구에 입문하는 투수 대부분 선발 투수를 원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올스타전의 경우 선발-중간-마무리 부문을 나눠 후보를 뽑는다. 골든글러브도 최소한 선발과 불펜 투수 2부분으로 세분화해 뽑으면 어떨까. 물론 미국과 일본에서도 분리하지 않지만, 불펜 투수의 기량 향상과 사기를 위해서도 한 번쯤 고민해볼 필요는 있을 것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