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권양숙 여사에게 4억5000만원을 떼인 이후 채용비리에 연루된 혐의가 드러난 윤장현 전 광주시장이 네팔에서 20여일 만에 귀국했다. 윤 전 시장은 10일 오전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지난달 16일 의료봉사를 위해 출국한 윤 전 시장은 같은 달 21일 봉사 일정을 마쳤지만 현지에 머물다가 9일 새벽 4시42분쯤 인천공항으로 귀국했다.
검찰은 공항에서 윤 전 시장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20여분간 조사를 마친 뒤 다음 날 출석할 것을 통보했다. 전날 밤 카트만두 공항을 출발한 윤 전 시장은 침통한 표정으로 공항에 대기 중이던 검찰 수사관 등에게 “책임질 것은 책임지고 소명할 것은 소명하겠다”며 출석의사를 밝혔다.
검찰은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김모(49·여)씨에게 거액을 뜯기고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혼외자’로 여긴 김씨 자녀의 채용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윤 전 시장의 공직선거법 위반과 직권남용 혐의 등을 규명할 방침이다.
특히 윤 전 시장이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을 받기 위해 가짜 권 여사에게 돈을 건넸는지 여부와 돈의 출처를 가릴 계획이다. 윤 전 시장은 지난 4월 재선 출마를 포기하기에 앞서 사기범 김씨에게 정치적 진로를 상의하며 “어떤 방법이 없겠느냐”고 자문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기범 김씨도 경찰조사에서 “재선도 하셔야 할텐데...”라고 덕담을 건넸다고 진술한 바 있다.
검찰은 윤 전 시장 소환조사를 앞두고 이날 채용청탁 사건에 연루된 광주시 산하기관과 사립학교 법인 관계자 등을 불러 청탁경위 등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
검찰은 사기범 김씨가 자신의 자녀들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혼외자'라고 속여 취업을 청탁하자 당시 현직 시장 신분이던 윤 전 시장이 광주시 산하기관, 사립학교 관계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는 진술과 정황을 확보했다.
윤 전 시장은 또 김씨 아들의 임시직 계약 기간이 만료될 무렵 정규직 전환을 타진했지만 해당 기관 관계자가 법적으로 문제 될 소지가 있다고 만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에 따라 해당 산하기관과 사립학교를 압수수색하고 관계자 5명을 업무방해 등 혐의로 경찰로부터 송치받아 조사 중이다.
지난 2월3일 출판기념회를 열어 출마의사를 굳힌 윤 전 시장은 3월 29일 재선 출마를 선언했다가 엿새 만인 지난 4월 4일 불출마를 공식 선언한 바 있다.
검찰은 앞서 지난 7일 윤 전 시장을 속여 돈을 뜯어낸 김씨를 사기, 사기미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윤 전 시장은 측근들에게 “공천 대가로 돈을 줬다면 은밀한 거래인데 수억 원을 대출받아서 본인 이름으로 송금했겠느냐”며 “몇 개월만 융통해달라는 말에 속아 보낸 것뿐이다”고 해명해왔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