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케인이 없었지만 손흥민이 있었다. 케인 없는 토트넘은 손흥민이 ‘왕’이었다.
토트넘은 9일 오전 4시45분(한국시간) 영국 레스터의 킹파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2019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6라운드 레스터시티와의 원정 경기에서 2대 0으로 완승했다. 손흥민은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이날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케인을 벤치에서 출발시키는 초강수를 꺼내 들었다. 매 경기 풀타임을 누비다시피 하는 그에게 휴식을 부여한 것. 사흘 뒤 있을 바르셀로나 원정을 내다본 조치였다. 그런 만큼 그를 대신해 공격을 진두지휘해야 하는 손흥민의 어깨도 더 무거웠을 터였으나 훌륭히 임무를 완수해냈다.
손흥민의 몸은 매우 가벼웠다. 경기 초반부터 위협적인 돌파와 슛으로 계속해서 레스터 수비진들을 괴롭혔다. 빠른 압박으로 상대의 문전 침투를 저지하는 수비 역할까지 소화하기도 했다.
손흥민의 득점이 터지기까진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전반 추가시간 자신의 전매특허인 번개 같은 감아차기 슛으로 상대의 골망을 흔드는 데 성공했다. 오른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들어오며 날린 강력한 슛은 천하의 카스퍼 슈마이켈 골키퍼조차 손 쓸 수 없었다. 손흥민의 올 시즌 리그 3호 골이자 시즌 전체 5호 득점이었다. 2경기 연속골이자 최근 리그 4경기 3번째 골이기도 하다.
2번째 골도 손흥민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레스터의 중원 압박이 느슨해진 틈을 타 루카스 모우라가 빠르게 손흥민에게 볼을 건넸고, 손흥민은 침착하게 반대편에 있는 알리를 보고 살짝 띄워 차는 크로스를 올렸다. 알리는 이를 놓치지 않고 몸을 날리는 다이빙 헤더로 상대의 골망을 갈랐다. 토트넘 공격진들의 안정적인 호흡이 돋보이는 골이었다.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케인마저 환하게 웃으며 기립박수를 보냈다.
케인이 없는 상황에서 손흥민은 프리킥과 코너킥도 각각 2개씩 차올렸다. 전반 40분에는 페널티박스 정면 약 25m 지점에서 얻은 프리킥을 직접 슛으로 연결했으나 골문을 벗어났다.
포체티노 감독은 후반 29분 지칠 줄 모르고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볐던 손흥민을 불러들이고 케인을 투입했다. 더 뛰고 싶은 마음에 아쉬움이 남을 법하지만 벤치로 돌아가는 손흥민의 표정엔 웃음이 가득했다. 원정 팬들은 손흥민의 활약에 박수갈채로 화답했다.
토트넘은 이후 공세를 퍼부으며 마지막 반전을 노리던 레스터를 상대로 안정적으로 골망을 지켜냈다. 이날 승리로 승점 36점을 기록한 토트넘은 리그 3위를 탈환했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