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 일산동구 백석역 주변에서 난방공사 배관 파열 사고로 지난 4일 숨진 송모(67)씨의 구두수선방에 시민들의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송씨가 오래전 한쪽 다리를 잃은 뒤 두 딸을 홀로 키워왔다는 사연도 전해졌다.
송씨는 약 20년 전 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었다고 한다. 의족에 의지해 지내면서도 구두수선방을 운영하며 두 딸을 살뜰히 보살펴왔다. 앞서 5일 경찰은 사고 차량 블랙박스를 확인한 결과, 송씨가 뒷좌석으로 탈출하려다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송씨는 사고 2시간 뒤 뒷좌석에서 전신에 화상을 입어 숨진 채 발견됐다.
송씨는 매우 성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이 넉넉하지 않았지만 소년·소녀 가장이나 소아암 환자를 돕는 데도 솔선수범했다. 송씨의 지인은 “사랑의 구두 수선·닦기 행사를 해서 그날 모금된 전액을 가지고, 각자 가게에서 아니면 몇 군데서 모여서 일을 해서 기부를 하고”라며 SBS에 밝히기도 했다.
송씨는 자상한 아빠이기도 했다. 사고 당일에도 내년 4월 결혼을 앞둔 둘째 딸, 예비 사위와 함께 백석역 인근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귀가하던 길, 송씨는 도로에서 증기가 올라오는 것을 목격했다. 급히 차를 멈췄지만, 사방으로 치솟은 물줄기가 차량의 창문을 모두 깰 정도의 세기로 송씨를 덮쳤다. 경찰이 확인한 블랙박스에는 송씨의 비명이 담겨있었다.
사고 이후 문이 닫힌 구두수선방에는 시민들의 추모 쪽지가 하나둘씩 늘고 있다. 꽃은 물론이고 커피, 소주를 놓고 가는 시민도 있다. 인근에 거주한다는 한 초등학생은 “엄마가 구두 고칠 때 몇 번 같이 따라왔다. 항상 인정 좋게 웃어주셨다”고 JTBC와 인터뷰에서 밝히며 손수 쓴 편지를 구두수선방에 붙였다. 편지에는 “하늘에 가셔도 좋은 곳에 가세요”라고 적혀있었다.
경찰은 7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소방, 시청 등 유관기관과 합동으로 현장감식을 진행했다. 합동현장감식단은 한국지역난방공사의 배관 교체 일정에 맞춰 대형 크레인을 이용해 사고 온수관을 바로 옆 도로로 견인했다.
감식단은 녹이 발생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용접작업 시기와 과정을 국과수에서 정밀 조사할 예정이다. 이번 배관 파열 사고는 열 수송관의 용접 부분이 오래돼 녹이 슬었고, 압력을 견디지 못한 수송관이 터지며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찰은 하청 온수관 점검업체와 유지보수업체에 대한 수사도 시작했다. 한국지역난방공사에 대해서는 점검 관련 자료 확보를 위한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이미 마쳤다. 경찰은 1991년 매설된 해당 온수관에 대한 점검과 관리가 제대로 지켜졌는지 면밀히 살펴볼 방침이다. 관계자들에 대한 신병처리 방침은 추후 결정될 전망이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