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수 前 사령관, 나흘 전처럼… 유서에 “모든 것 내가 안고 간다”

입력 2018-12-07 19:35
세월호 참사 당시 유가족에 대한 불법 사찰 지시 의혹을 받는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 사령관이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불법 사찰 지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 온 이재수(60) 전 국군 기무사령관이 투신해 숨진 가운데, “모든 것을 내가 안고 간다”는 취지의 유서가 나왔다고 7일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이 전 사령관은 이날 오후 2시48분쯤 지인의 사무실이 있는 서울 송파구 문정동 모 오피스텔 13층에서 몸을 던져 사망했다. 시신은 송파구 가락본동에 있는 국립경찰병원으로 옮겨졌다.

이 전 사령관이 투신 전 벗어둔 외투에서 A4용지 2장 분량의 유서가 나왔다고 한다. 유서에는 “모든 것을 내가 안고 간다. 모두에게 관대한 처분을 바란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사령관은 불과 나흘 전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는 지난 3일 오전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앞서 “모든 공은 부하에게, 책임은 나에게라는 말이 있다. 그게 지금 제 생각”이라고 말했다. 법원은 이날 “증거가 충분히 확보돼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 전 사령관은 지난달 27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을 때도 “한 점 부끄럼 없는 임무수행을 했다”고 밝혔다. “불법사찰도 임무수행의 일환인가”라는 취재진 질문에는 “당시 부대를 지휘했던 지휘관으로서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말을 아꼈다.

이 전 사령관이 투신한 건물은 변호사 사무실이 많은 지하 4층, 지상 15층 건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3층 내부에서 몸을 던졌고, 이 건물에 입주한 회사 직원이 최초로 신고했다. 발견 당시 이 전 사령관은 머리에 많은 양의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소방당국은 오후 3시쯤 현장에 도착했지만, 사망 징후가 있어 경찰에 사건을 인계했다. 경찰은 현장감식, 주변인 조사 등을 통해 정확한 사망 경위를 확인할 방침이다.

이 전 사령관의 사망 소식에 ‘세월호 불법 사찰’ 혐의를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은 “군인으로서 오랜 세월 헌신해 온 분의 불행한 일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전 사령관은 국군기무사령부의 세월호 유가족 불법사찰을 총괄·지휘한 혐의를 받아왔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사령관 등은 2014년 4월부터 약 3개월간 기무사 대원들에게 세월호 유가족의 정치성향 등 동향과 개인정보를 지속적으로 수집·사찰하게 했다. 또, 경찰청 정보국으부터 진보단체 집회 계획을 수집해 재향군인회에 전달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받았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