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총여, 혜화 시위 나서는 이유 “대학가 백래시 갈수록 심해져”

입력 2018-12-08 04:00 수정 2018-12-08 04:00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는 대학 총여학생회가 오는 9일 대학가 백래시(반격)를 규탄하는 시위에 나선다. 최근 가속화된 총여 폐지 흐름을 여성혐오의 일환으로 규정하고 공동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7일 대학가에 따르면 동국대 제31대 총여학생회 ‘무빙’과 성균관대 총여 재건 단체 ‘성균관대 성평등 어디로 가나(성성어디가)’, 연세대 제29대 총여 ‘모음’은 9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 근처 마로니에공원에서 ‘그 민주주의는 틀렸다’ 집회를 연다. 이들은 대학가 혐오와 차별을 고발하는 자유발언 등의 순서를 마친 후 성균관대 입구로 행진할 예정이다.

이번 집회는 ‘2018 총여 백래시 연말정산’이라는 주제로 진행된다. 이들 단체는 최근 총여 폐지 흐름이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라고 분석하고 있다. 연세대를 제외하고 서울 시내 대학 중에서 유일하게 총여를 유지하고 있던 동국대는 최근 학생 총투표를 통해 총여를 폐지했다. 7036표 중 찬성이 5343표(75.94%)였다. 연세대도 은하선씨 강연 논란을 계기로 총여를 재개편하기로 결정,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재개편안을 논의 중이다.

집회 주최 측은 “미투운동이 크게 일었던 2018년, 대학에서는 왜 총여학생회가 연달아 폐지되었을까”라며 “(총여 폐지) 총투표 전후 익명 게시판을 중심으로 쏟아졌던 백래시를 분석하고 박살내는 연말 포럼과 집회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여성혐오 발언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교별 게시판을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 ‘에브리타임’에서 “페미니즘은 정신병” “사이비 종교 집단 같다”는 등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미투 운동 이후 본격화된 탈코르셋 운동을 두고는 “우리도 대학생이라는 코르셋에서 벗어나 공부하지 말자” “이게 다 기울어진 강의실 때문” 등 조롱하는 게시물도 연이어 올라왔다.

이들 단체가 총여 폐지에 반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무빙은 동국대 총여 폐지가 결정된 지난 3일 페이스북에 입장문을 올리고 “(누군가 공적 자리에서) ‘특정 지역 여자가 예쁘다’고 발언하고도 학생대표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책임을 총여가 대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여전히 학생회 앞에는 총여가 필요하다”고 적었다.

성성어디가도 “하루가 멀다 하고 여성이 성폭력 당한 기사, 살해당한 기사, 불법 촬영이 심각하다는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대학교라고 다르지 않다”며 “과나 동아리 분위기 때문에 밝혀지지 않은 사건도 많고, 아직도 술자리에서는 성희롱 발언이 오간다”고 말했다. 총여 폐지 투표에 대해서는 “일명 ‘민주주의의 꽃’인 투표를 함으로써 민주적 절차를 준수했다고 발뺌하지만 이는 민주주의의 역행을 불러오는 행위”라며 “토론이나 논의를 할 수 있는 공론장 한 번 마련하지 않고, 학생 자치 기구를 폐지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에서 유일하게 활동하고 있는 연세대 제30대 총여 ‘프리즘’은 최근 학교 인근 불법촬영 프리존 지도를 만들어 공개했다. 프리즘은 “서대문경찰서 등과 협력해 신촌 일대 사업장 118곳을 탐지했다”며 “이를 바탕으로 모든 연세인의 안전한 일상을 위해 공약으로 약속드린 불법촬영 프리존 지도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재학생 박모(23)씨는 “총여가 있으니까 그나마 이런 문제에 신경 써주는 것”이라며 “그간 논란이 있었던 건 맞지만 아직까지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jay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