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일 휴전’이 선언됐던 미·중 무역전쟁이 중국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미국 요청으로 체포되면서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이번 미국의 체포로 무역전쟁이 단순히 관세 분쟁이 아니라 기술 패권 경쟁이라는 점을 드러났다고 미 언론들은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대이란 제재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멍완저우 화웨이 CFO를 체포한 것은 두 번째 미·중 무역전쟁의 신호탄”이라며 “양국이 관세보다 은밀하고 파괴적인 무기인 정보통신기술을 가지고 싸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BC방송도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전쟁을 ‘관세 전쟁(tariff war)’이라기보다 ‘기술 전쟁(tech war)’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양국의 무역 갈등은 주로 관세에 초점 맞춰져 있었지만, 그 본질은 기술 지배력을 손에 넣으려는 치열한 다툼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의 ‘기술 굴기’를 견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미 상무부는 지난 4월 중국 통신장비업체 ZTE가 대북 및 대이란 제재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7년간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금지시켰다. 당시 ZTE는 제품 생산이 장기간 중단되며 파산 위기에 몰렸다. 지난 2012년에는 화웨이와 ZTE는 미국 내에서 5G 통신망 관련 장비 판매가 금지됐다. 최근 미국에 이어 호주, 뉴질랜드도 화웨이의 ‘5G 통신망 비토’에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화웨이 CFO 체포는 이전의 견제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처사라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는 올 상반기 휴대폰 판매량 기준으로 애플을 제치고 삼성전자에 이은 세계 2위에 올랐다. 올해 매출 목표는 1022억 달러(약 114조원)으로 미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블룸버그는 “화웨이만큼 미국을 향한 중국의 무역 위협을 가장 잘 보여주는 기업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중국의 기술 굴기를 대표하는 기업 임원을 체포한 행태는 기술 패권을 중국에게 빼앗기지 않겠다는 미국의 강한 의지 표명이라는 것이다.
이번 화웨이 CFO 체포는 앞으로 미·중 무역전쟁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마이클 필즈버리 미 허드슨연구소 중국전략연구센터 소장은 “무역전쟁에 또 다른 장애물이 생겼다”며 “90일 휴전이 선언된 가운데 (화웨이 CFO 체포 때문에) 복잡한 과정이 전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미 무역대표부(USTR) 중국 담당 대표보를 지냈던 제프 문은 “이번 체포는 미국의 공격적인 움직임이며 중국이 보복에 착수할 수 있을 만한 사건”이라고 평했다. 일각에서는 무역전쟁에서 협상력을 높이려는 미국의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