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입학 전 아동 의료비 무료로…남성 출산휴가 10일로 확대

입력 2018-12-07 13:57 수정 2018-12-07 14:12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정부가 아동의 의료비를 사실상 무료화하고 아동수당 지급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유급 3일의 남성 출산휴가도 10일로 늘리고 여건에 따라 근로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근로시간 단축 청구권’도 도입키로 했다. 비혼·미혼자의 아이가 차별받지 않도록 주민등록등본 상의 ‘계부, 계모’와 같은 표기를 없애고 익명으로 출산할 수 있도록 하는 ‘보호출산제’도 추진된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 브리핑에서 이같은 내용의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재구조화’ 방안을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으로 제시된 저출산고령사회 로드맵이다.

김상희 부위원장은 “이번 로드맵은 출산 장려 정책이 아닌 모든 세대의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이라는 점, 정책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하지 않고 역량을 집중해야 할 핵심과제를 새롭게 뽑았다는 점, 3차 기본계획에 한정하지 않고 4차 기본계획과 연계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로드맵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무작정 출산율을 앞세워 이 목표치에 맞추려는 걸 지양하고 다양한 삶의 지표를 개선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출산율이 높아지는 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3차 기본계획에 담겼던 ‘출산율 1.5’란 목표는 이번 재구조화 과정에서 빠졌다.

위원회는 저출산 극복을 위해 역량을 집중할 과제로 양육비 절감과 양육시간 확보, 양육의 질 향상과 가정 형태에 따른 차별 금지를 꼽았다.

양육비 절감 대책으로 위원회는 영유아의 의료비를 무상으로 하고 아동수당 지급 대상을 대폭 늘리겠다고 밝혔다. 당장 내년부터 1세 미만 아동의 의료비를 무료로 하고 이후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모든 아동의 의료비를 없애겠다고 했다. 경쟁적으로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는 쪽으로 예산을 사용토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만 6세 미만 소득 하위 90%에게 지급되는 아동수당도 지원 범위와 금액을 늘리는 쪽으로 논의가 시작된다. 내년 초부터는 만 6세 모든 아동에게, 9월부터는 초등 입학 전 아동에게 아동수당을 지급키로 한 국회의 합의 내용도 반영된다.

양육시간 확보 차원에서 위원회는 법 개정을 통해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남성의 출산휴가를 3일에서 10일로 늘리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근로시간 단축 청구권을 도입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다만 근로시간 단축 청구권의 경우 기업 부담이 커진다는 문제도 있어 관련자들과 논의를 거친 뒤 제도 도입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양육의 질을 높이는 방안으로 위원회는 국공립 어린이집·유치원을 조기에 확충해 국공립 시설 이용아동의 비율이 40%가 되는 시기를 당초 목표로 한 2022년에서 1년 앞당기겠다고 했다. 수요가 많은 아이돌봄서비스도 돌보미 수를 2배로 늘리고 돌보미 수당을 인상하는 등의 처우개선을 통해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비혼, 한부모 등 가족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여기에 따른 아동의 차별을 막기 위해 주민등록 등·초본의 ‘계모, 계부, 배우자의 자녀’ 표기를 없애고 친부가 자녀의 존재를 알게 되더라도 자녀가 종전의 성(姓)을 사용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추진된다. 또 출산 사실이 알려지는 걸 꺼리는 미혼모를 위해 익명으로 출생신고를 할 수 있는 ‘보호출산제(가칭)’도 도입된다. 김 부위원장은 “요즘 동거가족도 굉장히 많은데 이 가족들이 애를 낳았을 때 발생할 불이익과 차별을 걱정해 아이 낳을 생각을 안 한다”며 “다양한 형태의 가족에 대한 차별이 사라지면 젊은 사람들이 아이 낳을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