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김경수 지사 법정 첫 대면, 드루킹 “백수 송인배 돕고 싶었는데 비전 초라했다”

입력 2018-12-07 11:58 수정 2018-12-07 23:20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댓글조작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7일 ‘드루킹’ 김동원씨와 법정에서 처음으로 대면했다. 지난 8월 9일 허익범 특별검사팀 대질신문 이후 120일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 심리로 열린 김 지사의 5회 공판기일에 김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하늘색 수의 차림으로 증인석에 앉은 김씨는 신문이 시작되기 전 김 지사가 앉아있는 피고인석을 이따금 바라봤다. 반면 김 지사는 변호인과 대화를 나누거나 정면을 응시하는 등 김씨 쪽을 쳐다보지 않았다.

김 전 지사는 김씨 등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2016년 11월부터 지난 2월까지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당선 등을 위해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을 이용해 불법 여론조작을 벌인 혐의(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등을 받고 있다.

이날도 김씨는 김 전 지사가 댓글조작을 승인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내놨다. 2016년 6월 30일 송인배 비서관을 통해 국회에서 처음으로 김 지사를 만났고 이후 인연이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같은 해 9월 28일 김 지사의 요청으로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 모임인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파주 사무실에 처음으로 방문했고 당시 김씨는 댓글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이어 11월 9일 문제의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 시연회에 김 지사가 참석했고 이때 김 지사가 개발 및 운용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김 지사는 김씨에 대한 검찰 주신문이 진행되는 내내 굳은 표정으로 서류를 보거나 검사석을 응시했다. 김 지사가 파주 사무실을 방문하게 된 경위에 대해 김씨가 증언을 내놓을때는 답답한 듯 옅은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2017년 3월 2일 송 비서관과 만난 이유에 대해 검찰이 묻자 김씨는 “경공모 회원인 ‘팅커벨’이 10년 넘게 송인배를 지지해왔다”며 “수차례 낙선한 송 비서관을 돕고 싶었다”고 답했다. 이어 “당시 송인배는 백수였다”며 “정치인으로서 비전을 물었는데 당내 대학생 위원회를 만들고 싶다고 해서 비전이너무 초라해 실망했다”고 덧붙였다.

송 비서관에 대한 김씨 증언이 길어지자 재판부는 “상세히 설명하는 것은 좋은데 부연설명이 너무 길어지면 계획된 신문 시간 안배가 맞지 않는다”고 저지했다. 김 지사는 변호사를 쳐다보며 웃음을 짓고 물 한잔을 마시기도 했다.

앞서 김 지사는 재판에 출석하기 전 ‘첫 법정 대면 심경이 어떻느냐’고 묻는 취재진 질문에 “사전에 드루킹 일당이 사전에 상호 입맞춘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며 “그런 부분에 명확히 밝혀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김 지사가 출석하는 과정에서 법원 청사 앞 김 지사 지지자들과 반대자들 간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