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한 비핵화에 성과가 있으면 대북 경제제재 해제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 행정부 내 대표적 대북 강경파인 그가 제재 해제 가능성을 언급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미국은 그동안 완전한 비핵화 전에 제재 완화는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볼턴 보좌관은 6일(현지시간) 미 공영라디오 NPR과의 인터뷰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북한에서 유일한 결정권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한 말을 이행할 수 있도록 주어진 또 한번의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수십 년 동안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할 의사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우리가 봐야할 것은 성과이고 성과를 거두면 경제 제재 해제를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볼턴 보좌관은 북한에 왜 2차 정상회담이라는 보상을 주느냐는 질문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을 김 위원장에게 주는 상으로 여기지 않는다”며 “북한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한 약속을 지킬 수 있는 기회를 주려는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그는 2차 정상회담이 마지막 기회냐는 질문에는 “대통령이 무엇을 할지 예단하지 않겠다”며 “우리는 그것이 일어나는 것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볼턴 보좌관의 발언은 일단 북·미 대화의 동력을 이어가려는 취지로 보인다. 동시에 완전한 비핵화 전에라도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하면 초기 단계의 제재 완화를 검토할 수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북한이 핵 부분 신고 또는 영변 핵시설 사찰 등을 수용하면 미국도 그에 상응한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북한은 비핵화 상응조치로 제재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7일 “미국이 대외적으로는 ‘선(先) 비핵화 후(後) 제재 완화’ 원칙을 고수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제재 문제에서 상당히 유연해졌다는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북·미 간에 의미 있는 대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협상에 큰 진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실무 회담은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볼턴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시기와 장소를 직접 언급한 이후 연일 북한을 향해 대화의 문으로 들어오라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그는 이날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향해 문을 열어놨다”며 “북한이 그 안으로 걸어 들어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