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노란 조끼’ 시위가 갈수록 격렬해지면서 파리의 상징 에펠탑까지 폐쇄됐고, 도시 전역이 몸살을 앓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유류세 인상 계획을 전면 백지화했지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퇴진 요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파리의 에펠탑, 루브르 박물관, 샹젤리제 거리 상점 등은 대규모 노란 조끼 시위가 예정된 8일(현지시간) 문을 닫을 방침이라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파리 경찰 당국은 시위에서 폭력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해 샹젤리제 거리의 상점들에 주말 동안 영업 중지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오페라 가르니에, 오페라 바스티유 등 파리 중심가의 유서 깊은 공연장들도 시위 당일 공연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환불 조치했다. 그랑팔레와 프티팔레 등 샹젤리제 거리의 전시관 10여곳도 문을 닫았다. 8일 파리 파르크 데 프랭스 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프랑스 프로축구팀 PSG와 몽펠리에의 경기도 취소됐다.
프랑스 정부의 유류세 인상 방침에 반대하는 시민들을 필두로 지난달 17일 시작된 노란 조끼 시위는 파리 도심에서 3주간 계속됐다.
이 과정에서 샹젤리제 거리의 은행과 상점, 레스토랑 등의 건물이 훼손되고 물품까지 도난당하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AP통신은 “노란 조끼 시위는 관광객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마침 파리의 쇼핑시즌일 때 벌어져 지역 경제를 해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위가 격화되자 마크롱 대통령은 유류세 인상 방침을 철회하는 등 백기투항했지만, 그에 대한 퇴진 요구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시민들의 분노는 이미 실질소득 하락, 조세 부담 가중, 공공서비스 품질 악화 등 프랑스 정부의 국정 운영 전반으로 퍼졌기 때문이다. 좌파 소수정당들은 마크롱 대통령을 ‘부자들을 위한 대통령’이라고 비난하며 불신임 결의까지 추진하고 있다.
한편 지난 5일 시위에는 대입제도 개편에 항의하는 고등학생들도 참여했다. 프랑스 내무부는 이날 프랑스 파리, 릴, 오르레앙, 니스, 마르세유 등에서 고등학생들 주도로 대규모 거리 시위가 벌어져 200곳 넘는 학교가 폐쇄됐다고 밝혔다. 일부 시위대는 차량에 불을 지르고 상점을 약탈하는 등 폭력행위도 서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프랑스에서는 논술형 대입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에 합격한 고교 졸업생은 누구나 국립대에 진학할 수 있었지만, 마크롱 정부부터 대학에게 학생선발권을 일부 부여하면서 이전보다 대학 입학 문턱이 높아졌다. 이 때문에 프랑스 학생들과 학부모의 불만은 높아지고 있었다고 유로뉴스는 전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