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감독, 내게 두번 다 졌지만 월드클래스” 박항서의 ‘겸손’

입력 2018-12-07 10:19
박항서 감독. 뉴시스

박항서(59)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이 또 한 번 역사를 썼다. 베트남은 6일 필리핀과의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챔피언십(스즈키컵) 4강 2차전에서 2대 1로 승리했다. 앞선 1차전에서도 같은 점수로 승리해 합계 4대 2로 결승 무대를 밟게 됐다.

이날 베트남이 승리하자 하노이와 호치민 등 베트남의 주요 도시 곳곳은 붉게 물들었다. SNS를 통해 본 현지 시민들은 베트남 국기인 금성홍기를 휘날리며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다. 박 감독의 사진을 바라보며 그의 이름을 연호하기도 했다.

박 감독은 이날 경기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베트남 국민들의 응원에 감사하다”며 “선수들에게도 고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쾅하이의 첫 번째 골 외에도 콩푸엉의 두 번째 골이 인상 깊었다. 덕분에 우리가 리드를 가져갈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베트남이 꺾은 필리핀은 현재 스벤 고란 에릭손(70) 감독이 이끌고 있다. 그는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축구 종가 잉글랜드의 지휘봉을 잡는 등 지도 경력이 풍부하다. 이 때문에 경기 전까진 박 감독의 베트남이 에릭손 감독의 필리핀을 이기긴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박 감독은 보란 듯이 승리했다. 또 겸손했다. 그는 “나는 에릭손 감독과 비교되고 싶지 않다”며 “에릭손 감독은 월드클래스 감독이다. 그를 상대할 수 있어 매우 영광이었다. 비록 내가 두 번 이겼지만 그는 나와 비교될 수 없는 감독”이라고 칭찬했다.

박항서호와 우승컵을 놓고 맞붙을 상대는 말레이시아다. 오는 11일과 15일 홈과 원정에서 두 차례 경기를 치른다. 베트남이 말레이시아까지 꺾는다면, 2008년 이후 10년 만에 이 대회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전형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