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30)가 올해 LG 트윈스로 돌아오면서 4년 계약기간에 총액 115억원의 계약을 맺었다. 이 가운데 계약금은 무려 65억원이고, 4년 연봉 총액은 50억원이었다. 계약금이 총액의 56.5%나 된다. 계약금 규모로는 역대 1위다.
앞서 지난해 롯데 자이언츠로 복귀한 이대호(36)는 사상 최고액인 150억원의 FA계약을 맺었다. 계약금은 50억원이었다. 계약금 비중이 33.3%다. 같은 해 삼성 라이온즈에서 KIA 타이거즈로 이적한 최형우(35)의 계약 규모는 100억원이었다. 이중 계약금은 40억원으로 총액의 40%였다.
총액 대비 50% 이상을 계약금으로 받은 선수가 꽤 된다. 박석민(33)은 2016시즌을 앞두고 삼성에서 NC로 옮기면서 96억원을 받기로 계약했다. 계약금만 56억원이었다. 총액의 58.3%였다.
지난해 LG 트윈스와 FA계약한 차우찬은 총액 95억원 중 55억원을 계약금으로 받았다. 총액의 57.9%였다. 4년전 삼성과 FA계약을 맺고 잔류한 윤성환(37)은 총액 80억원 중 48%인 48억원을 계약금으로 수령했다. 올해 삼성으로 이적한 강민호(33)도 80억원 가운데 절반인 40억원을, 롯데로 이적한 민병헌(31)도 80억원 중 50% 40억원을 계약금으로 받았다.
2019 FA시장에서도 계약금 규모는 엄청나다. 최정(31)은 5일 SK 와이번스와 6년 총액 106억원에 두 번째 FA계약을 맺었다. 계약금은 32억원이었다. 총액의 30.2%다. 같은 날 이재원(30)은 총액 69억원의 FA계약을 맺으며 이 중 21억원을 계약금으로 받기로 했다. 총액의 30.4%다.
앞서 지난달 28일 NC 다이노스와 FA계약을 맺은 모창민(33)은 옵션을 포함해 최대 20억원을 받기로 했다. 이중 계약금은 8억원이다. 총액의 40%다.
계약금은 연봉과 달리 일시금으로 선수에게 지불된다. 선수 입장에선 계약금이 많을수록 좋아할 수 밖에 없다. 구단 입장에서도 그리 나쁘지 않다. 계약금이 대형 선수를 잡는 무기가 될 뿐 아니라 계약금을 빼면 해당 선수의 연봉이 줄어들기 때문에 전체 구단 연봉 총액을 낮추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계약금을 거액 연봉에 대한 비판 여론을 무마시키는 도구로도 활용해왔다.
문제는 계약금이 연봉 체계의 왜곡을 불러오고 있고, 몸값 폭등의 주원인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를들면 이대호의 경우 올해 연봉은 25억원이다. 계약금이 없었다면 37억5000만원이 된다. 김현수도 올해 연봉이 14억원이라고 보고됐지만, 실제 계약금까지 합해 4년을 평균하면 28억7500만원이다. 실제 연봉과 두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지난해 가을 KBO와 구단들이 FA 4년 80억원 상한선을 제안했을 당시 계약금 제한 규정도 함께 있었다. 제한을 둘 바에는 아예 없애는 게 낫다. 선수의 실력은 연봉으로 보상받아야지 마치 뒷돈을 앞에서 주는 것과 같은 계약금으로 해결해선 안 된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