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핵심 과제인 인적 쇄신 결과 발표를 앞두고 원칙과 현실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졌다.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다수의 현역 의원을 당협위원장에서 탈락시키는 게 필요한 상황이지만 대안이 없는 등 현실적으로 교체가 쉽지 않다. 교체 대상이 영남 지역이나 특정 계파에 치우칠 경우 또 다른 당내 반발에 빌미가 될 수도 있다.
당협위원장 교체 여부는 당무감사위원회의 현지 실태조사 결과와 조강특위의 정성평가를 종합해 결정된다. 그러나 현역 의원의 경우 지역구 관리에 필요한 인적·물적 자원을 충분히 갖추고 있어 실태조사상 변별력이 생기기 어렵다. 결국 조강특위의 기준으로 현역 의원 당협위원장 교체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공정성 시비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조강특위가 제시한 ‘대선 패배와 당 분열의 책임자’ ‘20대 총선 진박(진짜 친박근혜) 공천 연루자’와 같은 평가 기준에 불만을 토로하는 의원도 적지 않다. 당 관계자는 “지표상 좋은 점수를 얻은 의원이 조강특위의 판단 때문에 교체 대상으로 지목될 경우 당사자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역 의원을 당협위원장에서 탈락시킬 경우 ‘대체자’를 구하는 것도 고민거리다. 한국당의 지지율이 낮은 상황에서 인재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조강특위 회의에서도 대안이 있느냐는 질문이 빈번하게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선거를 통해 경쟁력을 인정받은 현역 의원보다 못한 인물이 임명될 경우 지역 표심만 악화될 수 있다. 조강특위 관계자는 “마땅한 인물이 없으면 교체지역의 당협위원장을 공석으로 남겨두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며 “무리해서 당협위원장을 충원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교체 대상이 특정 지역에만 집중될 경우 ‘지역 차별’이라는 반발이 나올 수도 있다. 당 안팎에선 영남 지역의 현역 의원 당협위원장 교체가 상대적으로 많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의 주요 지지기반이 영남권인 만큼 해당 지역을 우선적으로 물갈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당수 영남 지역구 의원들은 당 지지율보다 높은 개인 지지율을 얻어 지표상 결격 사유가 두드러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조강특위는 당무감사위의 실태조사 결과와 더불어 의원들의 SNS 노출도, 의원총회 출석률, 법안 대표발의 수 등을 반영한 정량평가도 진행 중이다. 당 관계자는 “결국 명분이 중요하다”며 “지도부가 당협위원장에서 탈락한 의원들에게 그 이유를 얼마나 납득시키는지가 물갈이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친박계 같은 특정 계파가 살생부에 오를 경우 계파 갈등을 부채질할 우려도 존재한다. 이미 한국당 내부에서도 ‘탈당설’과 ‘신당 창당설’이 공공연하게 나도는 상황이다.
조강특위는 이번 주까지 심사를 완료하고 다음 주 원내대표 선거가 끝난 뒤 심사 결과를 밀봉해 김병준 비대위원장에게 제출할 예정이다. 최종적인 인적 쇄신 대상과 규모는 김 위원장의 판단에 따라 결정된다.
심우삼 기자 s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