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의 ‘웅앵웅’ 가사를 해석한 한 유튜버의 영상이 누리꾼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5일 유튜브 채널 ‘데블스TV’에는 ‘산이 웅앵웅 가사를 해석해 보았습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이 게재됐다.
데블스TV를 운영하는 크리에이터 김영빈씨는 “‘웅앵웅’이라는 노래의 가사들을 살펴보니 산이씨는 굉장히 얕은 논리로 사회에 정의로운 척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며 “그래서 이 노래의 가사를 짚어보고 분석해보겠다”는 말로 영상을 시작했다.
그는 “일단 노래 시작부에 ‘쿵-쾅’ ‘쿵-쾅’이라는 가사가 나오는데 ‘뚱뚱하고 못생긴 여자들이 남자들에게 사랑받지 못해 메갈을 하고 있다’는 식으로 조롱을 하고 계신다”면서 “일단 대한민국에서 여성보다 남성의 비만율이 더 높고, 이 조롱은 누구를 향한 조롱인지 화자인 산이씨가 직접 해석해주시면 이해하기 편할 것 같다”고 했다. 또 “‘웅앵웅 우웅앵앵웅’ 이런 가사가 자꾸 나오는데 이게 ‘여성들의 어떤 페미니즘적 논리나 의견이 그냥 웅앵웅거리는 수준이다’ 이런 이야기인지 아니면 본인이 하는 말이 웅앵웅인지 이것도 화자인 본인이 직접 알려주시는 게 좋을 것 같다. 저는 그동안 산이씨의 행보를 보고 이 가사를 판단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되게 어렵다”고 말했다.
김씨는 “‘나는 절대 여성 혐오 안 해’라는 첫 번째 가사부터 가관이다. 아직도 여성 혐오의 뜻을 모르고 있다”면서 “산이씨의 가사를 보면 ‘나 여성을 싫어하지 않아’ 정도로 여성 혐오를 이해하고 계신 것 같은데 과거 산이씨의 소라넷 관련 가사,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가사, 아이린씨의 어깨에 무례하게 손을 올렸던 사례를 보면 모두 여성 혐오의 일종이며 수준이 3~4년 전 안티페미들 수준에 머물러 있는 정도의 가사라 어떻게 분석하고 반박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여성 혐오는 여성을 단순히 싫어하는 게 아니라 사회적 맥락 안에서 차별, 멸시, 배제, 성적 대상화를 당해온 개념들이 포함된 용어고 그 반대되는 개념인 남성 혐오가 성립되려면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성희롱, 성추행, 강간, 데이트 폭력을 당해야 한다”면서 “3~4일에 한 번씩 가정폭력에 의해 죽임을 당하거나 채용 과정에서 남성이라는 이유로 성차별을 당하는 등의 여러 차별이 구조적으로 존재했을 때 남성 혐오가 성립할 수 있으며 그러한 개념 자체를 전혀 이해를 못 하고 계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산이씨는 지금 ‘메갈은 사회악’이라고 주장하면서 정의로운 척, 중립인 척, 깨어있는 척하고 계시지만 완전히 틀렸다. 성차별이라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중립의 위치에 서 있다고 해서 정말 중립에 있다고 생각하시면 큰 착각이다”라며 “가해자의 편에 서 있는 거고 그것을 옹호하는 쪽으로 기능하고 있는 것이 지금 산이씨의 행보이자 언어다. 본인의 위치, 현 사회 구조들에 대해 조금 공부하실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적어도 모르면 가만히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씨는 “적어도 혐오라는 개념을 쓰려면 구조적 맥락을 같이 살피고 재해석을 해야지 그냥 수면 위로 드러나 있는 ‘욕’ 이런 것들을 가지고 혐오라는 용어를 쓰게 되면 굉장한 혼란이 온다”며 “산이는 중립도 아니고 깨어있는 아티스트도 아니고 그냥 여성 혐오를 하는 래퍼다”라고 했다.
‘진짜 여성은 알지 얘네는 정신병이야’라는 가사에 대해선 “진짜 여성, 가짜 여성을 나눠서 본인이 판단하고 평가하고 재단하는 이 태도 자체가 굉장히 기득권적인 태도라는 걸 인지해야 한다”며 “진짜 가짜를 나누는 게 웃기다. 그리고 정신병이라는 가사는 사실 정의를 지향하는 아티스트가 쓸 가사는 아니다. 실제로 정신병으로 힘들어하는 환자분들이 많이 계시고 이 정신병을 누군가 비하하거나 폄하하는 용도로 쓰셨다면 앞으로는 쓰지 않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
‘남자는 다 범죄자’라는 가사에 대해서는 “잠재적 범죄자 취급받는 것에 기분 나빠할 것이 아니라 평생 잠재적 피해자로 살아가야 할 여성들에 대한 공감이 필요하다”면서 “적어도 남성들이 공중화장실에서 볼일을 볼 때 ‘몰카’ 걱정 없이 일을 볼 수 있던 것, 남성들이 당연하게 누려왔던 것이 여성에게는 당연한 것이 아니었던 것이고 그것들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산이씨는 페미니즘을 비판할 게 아니라 본인의 기득권적 태도를 돌아보고 주변에 그런 범죄나 여성 혐오적 사고, 편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가사를 쓰는 게 더 성 평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지금 쓰는 가사들, 여자들 정상 비정상으로 구분하고 메갈 어쩌고 꼴 페미 어쩌고 하는 거 여성 인권에 별 도움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성도 남성에게 외모 평가한다’ 이것을 반박 사례로 들고 오시면 곤란하다”면서 “그 양과 질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한 명이 어떤 개별적 사례를 가지고 구조적인 사례로 퉁 치려고 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그는 “산이씨가 페미니즘을 비판하는 것 말고 성 평등을 위해 뭘 했는지 모르겠다. 저는 (남성으로서) 젠더 기득권 위치에 있고 구조적 가해자 위치에 있기 때문에 쉽게 비판을 할 수 없다”면서 “대체 산이씨는 여성 인권을 위해서 페미니즘을 까는 거 말고 한 게 뭐가 있는지, 여성들이 왜 이렇게 화가 났는지 그 근원을 이해하려 들지 않고 계속해서 페미니즘만 비판하는 것은 아까 말했듯 중립이 아니라 가해의 동조다”라고 비판했다.
김씨는 “‘약한 자가 약한 척하며 가짜 만든 정의뿐’이라는 가사는 저급하고 치졸하다”며 “그래서 당신은 약자가 약해지기까지의 과정에 도대체 뭘 하셨어요 대체? 약자들이 조곤조곤하게 말하고 도와달라고 외쳤을 때 뭐 하셨어요?”라고 되물었다. ‘범죄혐오충’이라는 가사에 대해선 “왜 자꾸 실제 사례들과 어긋나는 가사를 쓰는지 모르겠는데, 비교가 아예 불가능하다”면서 “메갈들이 저지른 범죄와,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저질렀던 범죄가 비교가 가당키나 하냐.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이씨가 메갈을 범죄자로 몰고 가는 이유는 그냥 이 여자들이 꼴 보기 싫다고밖에 해석이 안 된다. 그냥 솔직하게 말해라. 여자들 나대는 게 꼴 보기 싫다고”라고 말했다.
그는 “노래를 하나부터 열까지 다 지적을 하면 한 글자 한 글자 한땀 한땀 빻은 것들을 다 도려내야 하기 때문에 정말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서 “많은 분들이 ‘남성 혐오’ ‘여성우월주의’ 이런 말씀을 하시는데 아까 말했듯이 여성 혐오라는 것은 사회 구조적인 맥락에 의해서 탄생한 용어다. 남성 혐오가 성립되려면 굉장히 다양한 곳에서 남성들이 여러 이유로 폭력과 차별을 당할 때 성립되는 개념”이라고 말했다. 또 “‘여성 우월주의다’ ‘여성이 더 우월하다’고 백날 외쳐봤자 실제로 여성들이 우월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려면 굉장히 사회가 많이 바뀌어야 한다. ‘흑인 우월주의’ ‘장애인 우월주의’ ‘청소년 우월주의’ 이런 것들이 가당키나 하냐”며 “이 자체가 굉장히 웃긴 비교인데 그걸 스스로 모르고 있다는 게 더 웃기다. 이게 진짜 코미디다”라고 비판했다.
김씨는 “결론적으로 산이씨의 가사를 분석해봤을 때 혐오나 성차별에 대한 논리적인 이론이 뒷받침되지 않고, 굉장히 논리가 빈약하고 부실하다”며 “한 번쯤 본인의 위치를 생각해보고 과연 정말로 메갈이 사회악인지, 메갈을 만들게 한 가부장제, 남성중심주의, 여성들을 향한 폭력 이런 것들이 진짜 사회악인지, 무엇이 더 악한지와 이걸 동일시 할 수 있는 개념인지 등에 대해 이해하는 태도라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산이님이 앞으로 정말 국힙(한국 힙합) 원탑으로 거듭나는 그 날까지 제가 계속 응원하겠다”며 “‘웅앵웅’ 한 번 더 들으러 갈게요”라는 말로 영상을 마무리했다.
이 영상은 게재된 지 하루 만에 약 30만 회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유튜브 실시간 인기 동영상 1위에 올랐다. 유튜브에 이 영상을 공개한 김씨는 이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제는 바뀔 때가 됐다”며 “혐오의 개념을 모르는 유명 연예인, 혐오가 표현의 자유라고 생각하는 유튜버 분들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현지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