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흙에 서식하는 희귀 미생물에서 말라리아 치료 신물질이 발견됐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항암물질연구단(단장 안종석, 장재혁 박사, 홍영수 박사, 손상근 박사 등)은 울릉도 토양에 서식하는 토종 희귀 미생물(방선균)으로부터 자연계에서는 알려지지 않은 화학골격을 갖는 새로운 항말라리아 물질을 발굴했다고 6일 밝혔다.
향후 항말라리아 치료제 개발 및 신규 생리활성 물질 발굴을 목적으로 하는 희귀 미생물 연구에 중요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방선균은 토양·식물체·동물체·하천·해수 등 다양한 환경에서 서식하는 미생물로 외생포자를 만들어 곰팡이(진균)와 비슷하나 원핵세포를 가지는 세균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유기화학 및 천연물화학 분야의 세계적 저널인 ‘오가닉 레터스 (Organic Letters)’ 11월호에 발표됐다.
미생물이 생산하는 생리활성 물질들은 항암제나 항생제 등의 의약품으로 개발돼 왔으며 화학구조의 다양성을 기반으로 신약개발을 위한 중요한 출발물질로 사용되고 있다.
다양한 구조의 저분자 화합물을 생산하는 방선균은 수십년간 신약 개발에 있어 중요한 생물자원으로 활용돼 왔다. 201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오무라 사토시 박사와 월리엄 캠벨 박사의 연구 결과로 탄생한 항기생충약 이베르멕틴(Ivermectin), 아버멕틴(Avermectin)이 바로 방선균 대사산물에서 기인한 약물로 잘 알려져 있다.
방선균이 신규물질을 생산할 수 있는 높은 가능성을 지니고 있지만 분리 및 배양이 어려운 희귀 방선균에 관한 연구는 보다 까다로운 접근법이 필요한 까닭에, 체계적인 조사가 제한적으로 수행되어 왔다.
이번 연구에서는 미생물 유래 생리활성물질 발굴의 연구대상으로 이용된 바가 없는 울릉도 토양 샘플로부터 약 200여종의 방선균을 다양한 미생물 분리법을 도입해 분리했다.
연구팀은 이제껏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신규 생리활성물질을 생산할 가능성이 높은 희귀 방선균을 효과적으로 분리 및 배양하기 위해 간단하면서도 차별화된 접근법을 모색했다.
희귀 방선균은 실험실 내에서 배양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세균의 성장을 돕는 특수 물질(선별 배지)에서 매우 느리게 생장하는 균을 국내 토양 (울릉도 흙)으로부터 선택적으로 분리했다.
그리고 분리한 균을 통상적인 미생물 배양보다 매우 긴 기간에 걸쳐 배양했고 이후 배양 추출액의 성분조사를 통해 생산된 화합물의 신규성을 분석해 최종적으로 희귀 방선균 (Catenulispora sp. KCB13F217)의 배양액으로부터 4종의 신규 화합물들을 발굴했다.
카테누리스포로라이드로 명명한 화합물들은 세포독성을 보이지 않으면서, 열대열 원충에 대하여 저해 활성을 보였다. 또 해당 화합물의 구조를 화학적으로 변형시킨 유도체 물질들이 열대 말라리아 약제내성을 가지는 클로로퀸 저항성 열원충에 대해 기존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는 클로로퀸 보다 우수한 저해 활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말라리아원충은 사람에 기생해 말라리아를 일으키는 원생생물로 3일열원충, 4일열원충, 열대열원충, 난형원충 등의 4종류 외에 다양한 종류의 말라리아 원충이 존재한다. 클로로퀸 저항성 열원충은 가장 뛰어난 말라리아 치료제로서 널리 사용되었던 클로로퀸에 내성이 있는 말라리아를 말한다.
항암물질연구단 안종석 단장은 “본 연구는 기존 연구에서 조사되지 않았던 울릉도 토양으로부터 희귀 미생물을 분리해 신규 2차대사산물을 발굴한 성과”라며 “생물다양성 조약에 대응한 국내 고유 미생물자원 활용 극대화로 국제경쟁력을 보유한 천연물 혁신 신약 개발의 기반기술 및 국가 인프라 구축을 통한 산학연 활용에 있어서 중요 국내 자원으로서 울릉도 토양의 활용 가능성을 시사한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