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진(42)은 지난달 중순 한화 이글스를 스스로 나왔다. 현역으로서 더 뛰고 싶다는 의지에서다. 그러나 그에게 손을 내미는 구단은 없다.
박정진은 올해 KBO 선수 중 최고령 선수였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1차 지명선수로 1999년 한화에 입단했다. 구속이 빠르지 않기에 화려함은 없었다. 그러나 꾸준했다. 입단 첫해 19경기에 나와 12.1이닝을 던졌다. 승패 및 홀드 기록은 없었지만 가능성을 보이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2001년 30게임에 등판했다. 57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4.74를 기록했다. 그로부터 2004년까지 꾸준히 30경기 이상을 등판했다. 특히 2003년엔 100.1이닝을 소화하며 6승 7패 3세이브, 11홀드를 올렸다. 그러나 2004년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되고, 부상까지 겹치면서 공익근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마쳤다.
2010년 부활했다. 56게임에 나와 2승 4패 10세이브 6홀드를 기록했다. 2011년과 2012년엔 64경기와 63경기에 나왔다. 2013년 30게임으로 잠시 주춤했지만 2014년 60게임에 등판했다. 그리고 2015년과 2016년 연속 76게임과 77게임을 소화하는 강행군을 펼쳤다. 리그 최다 등판이었다. 지난해에도 55게임에 나왔다.
2017년말 계약 기간 2년, 계약금 3억원, 2년 연봉 4억5000만원 등 총액 7억5000만원에 FA계약을 맺었다. 4년전 8억원에 이어 두 번째 FA계약이었다. 그러나 올해 어깨 부상 등으로 1군에서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박정진은 통산 691경기에 등판했다. 45승 43패, 35세이브 96홀드를 기록했다. 100홀드를 채우기 못한 게 아쉬울 것으로 보인다. 박정진 스스로도 이런 상황이 오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는 올해 1군 등판 기록이 없다. 몸 상태도 예전만 못하다. 선수 생활 정리의 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박정진이 남긴 기록들은 한화만이 아니라 야구팬 모두에게 너무나 소중하다. 그리고 20년 동안 계속된 그의 처음과 끝은 한화로 기록될 것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