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죽었는데 웃음이 나올까” 백석역 사고책임자 논란, 왜?

입력 2018-12-05 14:17
뉴시스

4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백석역 일대에서 열 수송관 파열사고가 나 60대 남성이 전신 화상을 입고 숨지는 등 피해가 심했던 가운데, 사고 책임자인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이 사고 브리핑을 하다 웃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열 수송관 파열사고로 난방과 온수 공급이 중단돼 백석동 흰돌마을과 호수마을, 강선마을 일대 2500세대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손모(68)씨가 카니발 차량 뒷좌석에서 숨진 채 발견되는 등 20명에 가까운 사상자가 생겼다. 5일 고양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 경 백석2동 주민센터에서 상황 파악을 위한 보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이재준 고양시장을 포함해 이윤승 고양시의회 의장과 시의원, 소방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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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창화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은 “100도에 가까운 온도이고 직접 닿으면 위험한 상황”이라며 “매일 적외선 카메라로 열 감지를 하는 등 통상적으로 수송관이 파열되는 징후가 나타나는데 이번 사건은 어떤 징후도 발견되지 않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구연한이 통상적으로 50년인데 1991년 매설된 사고 열 수송관이 지반침하로 주저앉는 상황도 있고 노후 가능성도 있는 만큼 철저한 조사를 하고 노후된 곳은 교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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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황 사장이 “앞으로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하면서 웃음 섞인 표정과 말투를 보였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시민은 “사람이 죽어 나갔는데 웃으며 보고하는 게 말이 되냐”고 소리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람이 죽어 나가고 수십 명이 다친 상황에서 원인파악도 못한 채 웃으면서 보고를 하는 태도에 화가 나 공개적으로 발언을 한 것”이라며 “밖에서는 시민이 불안에 떨고 있고 결혼을 앞둔 딸을 두고 사망한 사람까지 있는데 책임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지역난방공사 사장의 행동을 납득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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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회에 참석한 한 공무원 역시 “황 사장 발언 과정에서 나온 웃음소리에 많은 사람들이 놀랐고 이 과정에서 시민이 지적한 내용에 많은 부분 공감하고 있다”며 “여러가지 오해나 입장도 있을 수 있지만 인명피해가 난 상황에서 황 사장의 태도는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황 사장은 “웃음에 별다른 의미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단지 너무나 갑작스러운 사고가 터져서 시장과 시민에게 죄송한 마음으로 발언하는 과정에서 생긴 오해”라고 설명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