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유망주 담원 게이밍 ‘쇼메이커’ 허수가 드디어 1부 리그를 밟는다.
허수의 활약 여부는 내년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다. 인지도가 올라간 건 지난 10월,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시즌이었다. 담원과 연습 경기를 치렀던 해외 팀들이 하나같이 허수를 칭찬했다. 뜻밖의 스타덤에 올랐다.
실제로 담원은 롤드컵 기간 스크림에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시 국내 팀보다는 유럽, 북미, 중국 등 해외 팀이 담원을 찾았다. 이미 롤드컵 대표 선발전 출전 팀들과 겨루며 LCK 승격을 확정한 담원이었다. 스파링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담원 김목경 감독의 철학은 뚜렷하다. 속절없이 지는 게임에선 배울 게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간 담원은 도장 깨기를 하듯 스크림 파트너 수준을 높여왔다. 이들은 지난해 봄 막 구색을 갖췄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같은 챌린저스 팀들과 연습하며 경기력을 끌어올렸다.
김 감독이 까다롭게 가려 뽑은 옥석들이었다. 곧 같은 리그 팀들 상대로 만족스러운 승률을 기록했다. 그제야 더 높은 곳을 바라봤다. LCK 중하위권 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유망주는 비 온 뒤 죽순처럼 가파르게 성장했다. 이내 그들 상대로도 준수한 결과를 낼 수 있었다.
이제 담원은 LCK 우승 컨텐더들 사이에서도 친숙한 연습 상대다. 롤드컵 결승에서 마주했던 인빅터스 게이밍(iG·중국)과 프나틱(유럽)도 마찬가지다. 담원을 상대 삼아 컨디션을 점검했다. 도시전설처럼 떠돌던 ‘스크림도르’ 이면에는 담원의 성장 스토리가 담겨있다.
허수는 그런 담원의 핵심 전력이다. 2000년생으로 만 18세에 불과한 그는 올해 리그 오브 레전드 챌린저스 코리아(챌린저스) 최고 미드라이너였다. 지난 9월 열렸던 2019 LCK 스프링 시즌 승강전에서는 bbq 올리버스 ‘템트’ 강명구와 호각으로 다퉈 경쟁력을 입증했다.
허수의 장점이자 특징은 강력한 라인전 능력이다. 경기 초반 거둔 이득을 바탕으로 스노우볼을 굴린다. 허수는 “암살자나 라인전이 강력한 캐릭터를 선택해 라인전에서 이득을 보고, 다른 라인에 영향을 끼치는 스타일”이라고 자신을 설명했다.
아직 유망주인 만큼 단점 또한 뚜렷하다. 공격적인 플레이 스타일 때문에 갱킹에 노출되는 경우가 잦다. 냉정함과 꾸준함도 앞으로 갖춰야 할 덕목이다. 한 전문가는 “다전제 경기에서 부진했을 때 스스로 극복하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담원은 허수만의 팀이 아니다. 탑라이너 ‘너구리’ 장하권은 허수보다 먼저 유명세를 탄 기교파 탑라이너다. 원거리 딜러 ‘뉴클리어’ 신정현은 경기 안팎으로 팀을 이끄는 리더다. ‘호잇’ 류호성은 공격력과 교전 유도가 장점, ‘베릴’ 조건희는 안정성이 돋보이는 서포터다.
현재 담원의 최고 강점은 특정 선수의 개인 능력이 아니다. 유기적 팀플레이다. 현 멤버로 호흡을 맞춘 지 반년도 더 됐다. 오프 시즌에도 연습에 매진했다. 11월에는 많은 팀이 리빌딩을 거친 까닭에 연습 상대를 찾기 힘들었다. 가까스로 스크림 약속을 잡아가며 담금질했다.
여기에 최근 솔로 랭크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정글러 ‘캐니언’ 김건부, 원거리 딜러 ‘캄(아리스)’ 이채환이 합류했다. iG 롤드컵 우승을 이끈 김정수 코치, 챌린저스 출신 송창근 코치도 ‘김목경 사단’으로 뭉쳤다. 전력 손실 일절 없이 알찬 보강에 성공했다.
담원이 내년에 어떤 성과를 거둘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가장 큰 불안 요소는 선수단 경험 부족이다. 재능으로 극복 가능한 영역이 아니다. 지금과 같은 대중의 과한 기대감도 마찬가지다. 어린 선수들에겐 큰 부담이 된다. 담원 이전 수많은 신성이 그렇게 떴다가 저물었다.
메타 적응 능력도 검증되지 않았다. 담원은 현재 흐름이기도 한 초반 난전 메타에 특화된 모습을 보인다. 선수들도 이를 알고 있다. 신정현은 지난달 본보와 인터뷰에서 “이런 메타만 이어진다면 잘할 수 있다. 반대로 메타가 바뀐다면 따라가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담원은 로열로더를 노리겠다고 말한다. 승격 첫 시즌 LCK를 우승하고, 더 나아가 롤드컵까지 진출하겠다는 포부다.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실없는 소리일 수도 있다. 그러나 LCK는 이미 올여름, 어느 몽상가들이 그 꿈을 실현할 뻔했던 걸 지켜봤다. 이들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흘리기 어려운 이유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