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이다. 그해 8월 12일부터 이듬해인 1995년 4월 2일까지 미국 메이저리그 경기가 열리지 않았다. 물론 월드시리즈도 개최되지 않았다. 232일 동안이다. 메이저리그 선수노조가 주도했다. 연봉 상한제 도입을 둘러싸고 구단과의 마찰이 원인이었다. 결과 여부를 떠나 메이저리그 선수노조의 파워가 확인된 대표적 사례였다.
메이저리그 선수 노조는 1885년 결성됐지만 1966년 마빈 밀러 대표 이후 체계적인 발전을 거듭하며 세계 최강 노조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일본프로야구에선 1985년 선수노조가 결성됐다.
KBO리그에는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가 있다. 사단법인이다. 2000년 1월 창립총회를 가졌고 최대 회장은 한화 이글스 송진우가 맡았다. 이후 쟁쟁한 선수들이 명맥을 이어가다, NC 다이노스 소속이던 이호준이 2017년 4월 물러난 이후 공석이다.
선수협은 지난 3일 총회를 열었지만 또 다시 회장을 선출하지 못했다.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엿보인다. 과거 구단들이 무자비한 트레이드로 선수협 결성을 막던 시대는 지나갔다.
잠깐 눈을 돌려보자. 선수협 이사 명단을 보면 수억원의 연봉을 받는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2군에는 최저연봉인 2700만원을 받는 선수들이 수두룩하다. 프로 선수들은 노동자가 아닌 4대 보험을 적용받지 못하는 개인 사업자 신분이기에 부상을 당해도 구단의 보상금을 제외하곤 모두 개인 부담으로 처리해야 한다. 구단의 방출 그리고 일방적 트레이드에 휘둘리고 있지만 노동법의 혜택은 꿈도 꾸지 못한다. 말그대로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다.
선수협 회장 선출에 앞서 생각해야 할 것이 바로 이 지점이다. 노동자라는 인식이다. 수억원대의 연봉을 받는 개인 사업자이기에 노동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선수 대부분 하고 있기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자신의 권리를 침해받는 보통의 직장인이라면 이에 맞서기 위해 노조의 힘을 빌린다. 없다면 직접 만든다. 무노조 원칙을 고수했던 특정 그룹에서마저 노조가 생겨나고 있다. 선수협이 아니라 진짜 선수노조로의 탈바꿈을 얘기할 때다. 배부른 몇몇 귀족 선수의 사교모임에 머물 생각이면 선수협은 존재 이유가 없다. 그리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야구계 전체의 권리를 찾기 위해 희생할 수 있는 이가 나와야 한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