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5마리가 날아갔다”… 금리 인상에 서민, 이자 부담 커져

입력 2018-12-05 11:10 수정 2018-12-11 14:54

“치킨 5마리가 날아갔어요.”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은 A씨는 최근 문자 하나를 받은 뒤 탄식하듯 ‘치킨’을 내뱉었다. 그가 받은 문자에는 “12월 3일자로 대출금리 0.20% 인상됐다”며 “적용 대상은 예·적금 범위 내 대출을 제외한 전 대출상품”이라 써 있었다.
3개월 전 대출을 받았다는 A씨는 은행에 묘한 배신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월급통장이나 예치금을 통해 우대금리로 대출받았다”며 “변동금리라도 쉽게 올리지 않을 거라는 은행직원 말만 믿고 대출을 받았는데 한국은행 발표가 나오자마자 바로 올렸다”고 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통화정책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인상이 안 그래도 힘든 서민들의 삶을 더 고단하게 하고 있다. 5일 금융업계에선 주택 구입보다 생활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받은 사람들에게 기준 금리 인상은 더 큰 부담으로 다가 올 것으로 전망했다.

생활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이들이 주로 선택하는 대출 상품은 주택담보대출이다. 상대적으로 이자율이 낮은 탓이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말 금리 대비 올해 9월 말 잔액기준 주담대 금리는 하나은행을 제외한 은행이 모두 올랐다. 4% 문턱을 넘은 지 오래됐고 5%까지 넘보고 있었다.
한은 기준금리는 1.5%로 1년 가까이 유지됐지만 시중은행 금리는 은행들의 자금 조달 비용이 증가하면서 올랐다. 미국 금리 상승으로 수신 상품의 이자가 오르며 대출 금리도 함께 상승했다. 이러다 보니 주담대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도 11개월째 상승했다.

최근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을 발표한 뒤 코픽스는 또 다시 꿈틀댔다. 기준금리 인상 폭 0.25%포인트가 대출 금리에 그대로 반영될 경우 1억 원의 대출이 있다면 1년에 25만 원의 이자를 더 내야 한다. A씨가 ‘치킨’이란 단어를 꺼내 든 것도 이 때문이다. 경기 불황으로 잔뜩 움츠러든 서민들이 그나마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는 행복마저 금리 인상으로 빼앗겼음을 ‘치킨’이란 단어로 돌려 표현한 것이다.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김현식 PB팀장은 “기준금리가 오르면 대출자들의 금리 부담은 커질 것”이라며 “(주택담보대출을) 변동형에서 혼합형으로 바꿀 경우 조기상환 수수료를 면제해 주는 경우가 많아서 고려해볼 법하다”고 조언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