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스 수사하다 걸린 ‘삼성 노조와해’ 문건, 檢 법정서 재수사 경위 공개

입력 2018-12-04 20:02 수정 2018-12-04 20:04

검찰이 4일 법정에서 삼성 노조와해 사건 재수사에 착수하게 된 배경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뇌물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발견한 의외의 단서가 실마리가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김태엄) 심리로 열린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등 32명의 노동조합법 위반 등 혐의 2회 공판에서 검찰이 삼성 노조와해 사건에 재착수한 경위에 대해 밝혔다. 삼성 노조와해 사건은 2013년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공개한 ‘S그룹 노사 전략’ 문건을 계기로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지만 전모가 밝혀지지 못한 채 미완으로 남아있는 상태였다.

이날 검찰이 공개한 바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지난 2월 8일 이 전 대통령의 다스 소송비 대납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삼성전자 수원 본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저녁 무렵 수사관들이 도착한 뒤에도 삼성 직원들은 압수수색에 필요한 직원 명단과 배치표 등을 넘겨주지 않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했다고 한다. 1시간을 훌쩍 넘겨서야 들어간 인사팀 사무실에는 압수수색에 협조할 아무런 직원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러나 검찰 수사관은 빈 사무실에 켜져 있던 송모 전무의 컴퓨터에서 인사팀 직원들이 사내메신저를 통해 나눈 대화를 발견했다. ‘책상 위 서랍 전부 치우고, 서랍 등 전부 시건해라’ ‘네 하드는 제 차에 넣어뒀습니다’ ‘전무님이 사무실에 있지 말라 하십니다’ 등 직원들이 증거인멸을 모의한 정황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검찰은 그날 당직자였던 직원 심모씨를 추궁했고 심씨 승용차 트렁크에 숨겨놓은 하드디스크 7개를 발견하고 압수했다. 하드디스크에서 삼성전자가 노조와해를 위해 만든 ‘노사전략문건’들이 쏟아졌다. 이 문건들을 토대로 검찰은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등 32명을 무더기 기소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