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는 4일 대법원의 일제 강제 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결정하기 위한 협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부는 그간 관계부처 국무조정실을 포함해서 외교부, 행정안전부, 법무부, 산업통상자원부, 법제처가 협의체를 구성해서 판결 관련 사항에 대해 면밀한 검토를 진행 중”이라며 “과거사 관련 사법정의를 요구하는 피해자 및 국내 여론, 한·일 관계 관리 필요성 등 쉽지 않은 문제를 안고 있는 이번 사안에 대해 최대한의 지혜를 내어서 최선의 방안을 찾아내려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 10월 30일 대법원 판결 직후 국무총리 명의로 입장문을 발표해 관계부처 및 민간전문가 등과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부의 대응방안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인 만큼 빠르게 대응방안과 입장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 당국자는 또 “일본이 법적인 문제로만 치부하면서 과거 있었던 불행한 역사로부터 기인하는 문제들에 대해 눈을 감아서는 안 된다”며 “일본 측이 한·일 관계를 중시한다면 책임 있는 자세로 역사문제에 대해 진정성을 가지고 임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일본 측이 금번 사안을 과거사 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호기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지난 10월 30일 대법원에서 강제 징용 배상 판결이 나온 이후 아베 신조 총리, 고노 다로 외무상 등 일본 고위 인사들은 연일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일본 정부가 우리 측 방침 표명이 없을 경우에 국제사법재판소(ICJ) 대응 조치를 개시할 수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이 당국자는 “만약 이러한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일본 측에 절제된 내용을 지속 촉구해 온 우리 정부로서는 실망감을 금치 않을 수 없다”며 “우리 정부도 필요한 경우 대응조치를 나설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일본 측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일본 측이 사법부의 판단에 대해 지나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삼권분립이라는 민주주의 기본 원칙을 부정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한·일 관계를 위해 감정적인 대응은 자제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