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영화를 처음 해봤는데, 모든 감정을 춤으로 전달해야 하는 장르더라고요. 그 안에 희로애락을 다 표현해내야 했습니다. 격하게 춤을 출 때도 내면에는 슬픔이 있는 식이었죠.”
4년 만의 신작 ‘스윙키즈’으로 돌아온 강형철 감독은 4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스윙키즈’는 1951년 한국전쟁 당시 거제도 포로수용소를 배경으로, 댄스단을 결성한 전쟁 포로들의 오합지졸 탭댄스 도전기를 그린 영화다.
전쟁이라는 냉혹한 현실 속에 뜨거운 열정이 피어난다. 탭댄스에 눈을 뜬 수용소의 반항아 로기수(도경수)와 돈을 벌기 위해 댄스단의 통역을 자처하는 양판래(박혜수), 전직 브로드웨이 스타에서 댄스단의 리더가 된 잭슨(자레드 그라임스), 아내를 찾기 위해 댄스단에 합류한 강병삼(오정세), 외모와는 달리 천재적 댄스 실력을 가진 샤오팡(김민호)이 한 팀을 이룬다.
도경수는 “로기수는 포로수용소의 말썽쟁이이자 트러블메이커”라며 “실제 저에게도 그런 면이 있는 것 같다. 평소에는 그렇지 않지만 친한 사람들이랑 있을 때는 장난을 많이 친다. 촬영하면서 그런 모습을 극대화시켜서 표현했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가장 중요했던 건 기수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배우들은 촬영 전 5~6개월 동안 탭댄스 연습에 매진했다. 그룹 엑소(EXO) 멤버이기도 한 도경수는 “물론 가수로서 춤을 추고 있지만 탭댄스는 생소했다. 처음에는 저도 몸치가 됐다”고 털어놨다. 박혜수도 “초반에는 정말 안 늘더라. 열심히 하는데도 저만 못 따라가는 것 같았는데 3~4개월 되니 익숙해지고 음악이 나오면 자연스럽게 발이 움직였다”고 회상했다.
오정세는 “우리는 0부터 시작했다. (도)경수는 춤을 췄던 친구라서 잘할 줄 알았는데 탭댄스는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했다. 근데 경수는 살인 스케줄을 소화하면서도 매번 연습 올 때마다 실력이 빨리 늘더라. 경수의 발을 보면서 연습했다. 자극이 많이 됐고 정신적으로 든든함이 있었다”고 했다. 이어 “혜수는 저랑 비슷한 속도로 더디게 성장해줘서 심적으로 의지됐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경쾌한 리듬의 영화이지만, 동족상잔의 역사를 디디고 있어 표현해야 하는 정서가 가볍지만은 않았다. 다만 도경수는 “한국전쟁 당시를 생각하면 안타까운 면이 많았지만 촬영할 때만큼은 즐겁고 행복하게 임했다. 스윙키즈 멤버들이 성장해 나가듯 실제 우리들도 춤 실력이 늘면서 현장이 편해지고 익숙해지고 행복해졌다”고 전했다.
박혜수 또한 “역사적인 슬픔은 다른 장면에서 표현되기 때문에 스윙키즈 댄스단이 나올 때는 마냥 즐겁고 행복하고 소중한 상황들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얘기했다. 오정세는 “병삼이라는 인물은 가슴 아픈 정서와 신나는 흥이 공존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 두 가지 정서를 나누어 접근하려 노력했다”고 소개했다.
영화가 궁극적으로 꼬집는 것은 실체 없는 이념의 부질없음이다. 강형철 감독은 “이 영화의 악당은 눈에 보이지 않는 이념이었으면 했다. 다 우리가 행복하자고 만든 시스템인데, 그 시스템이 인간을 휘두르는 게 부조리하다고 생각했다. 전쟁은 초극소수의 행복한 사람과 절대 다수의 불행한 사람이 나올 수밖에 없는 최악의 외교라고 여기는데, 그것을 영화에 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스윙키즈’는 ‘과속스캔들’(2008·822만명) ‘써니’(2011·745만명) ‘타짜-신의 손’(2014·401만명)을 연출한 강형철 감독의 네 번째 연출작이다. 탄탄한 스토리텔링과 감각적인 연출력은 녹슬지 않았다. 유쾌한 웃음 속에 뭉근한 감동을 녹인 스토리가 여운을 남긴다. 오는 19일 개봉.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