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후보자,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추진”

입력 2018-12-04 16:39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후보자가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야당을 중심으로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지적하자 홍 후보자가 제시한 대안이다. 소득주도성장 전반에 대한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대신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혁신성장을 강조했다.

홍 후보자는 4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2020년부터는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수용성과 사업주 지불능력, 경제파급효과 등을 감안해 합리적인 최저임금 인상 구간을 먼저 설정한 뒤 최저임금위원회가 범위 내에서 최종적으로 인상률을 결정하는 방식을 방향으로 제시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홍 후보자가 올해와 내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한 부작용을 인정한 셈이다. 그는 “개인적으로 올해 16.4%, 내년에 10.9% (최저임금이) 올라 시장에 충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당장 내년부터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을 적극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재계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지역별·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 안은 단기간에 도입하기 어렵다고 봤다. 그는 “최저임금 차등에 대해 검토를 많이 했다. 필요성도 있지만 현장에서 작동하려면 어려움이 있다. 깊은 연구를 거치고 필요하면 국회와 상의하겠다”고 설명했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은 6개월로 늘리는 게 적당하다고 봤다. 홍 후보자는 “일단 현행 3개월에서 6개월 정도로 먼저 완화하는 게 수용도가 가장 높지 않을까 싶다”며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충분히 논의해 결정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탄력근로제는 단위기간 동안 특정일의 근로시간을 연장하는 대신 다른 날의 근로시간을 단축해 평균 근로시간을 법정근로시간에 맞추는 제도다. 현재 3개월 범위 내에서 적용되는데, 주52시간으로 근로시간이 단축되면서 재계를 중심으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늘려달라는 요구가 거세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홍 후보자의 견해는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에 속도조절론과 맞닿아 있다. “시장기대에 비해 속도가 빨랐다고 지적됐던 정책에 대해서는 의지를 갖고 보완해 나가겠다”는 모두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소득주도성장 속도조절 필요성은 홍 후보자에 앞서 김동연 부총리가 청와대와 각을 세우면서 강조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혁신성장을 강조한 것도 김 부총리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제조업의 스마트화, 선제적 사업재편, 산업간 융복합 등을 통해 기존 주력업종의 경쟁력을 높이고, 관광·의료·물류·게임·콘텐츠사업 중심으로 서비스업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모두 1기 경제팀에서 추진하던 정책들이다.

실제 일부 야당 의원들은 홍 후보자가 김 부총리와 차별화되는 지점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은 “떠나는 부총리와 차별화되는 정책이 구체적으로 무엇이냐”며 “기존 사람이 할 수 있는데 사람을 왜 바꾸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홍 후보자는 “1기 경제팀이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주력했다면 저는 확실하게 집행해서 성과를 내는 데 주력하겠다”고 답했다.

정책방향에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은 “혁신성장을 위해 도대체 어떤 정책들을 하겠다는 건지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고 홍 후보자를 몰아 붙였다. 홍 후보자는 “기재부 국장이던 2012년 7월에 서비스발전 기본법을 만들었었다”며 “의료 서비스업 분야 규제혁파를 강력히 추진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홍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본인의 가정사를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제 부모님은 6·25 전쟁 중 각각 원산과 해주에서 혈혈단신 피란선을 타고 내려오셨고, 부산 국제시장에서 만나 춘천에 정착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무에서 시작하신 부모님처럼 제로(0) 베이스에서 가정을 꾸린 저는 일찍부터 고단한 삶이 무엇인지 경험했고, 다행히 우리 사회가 구축해 놓은 계층이동 사다리가 잘 작동돼 오늘 이 막중한 자리에 설 수 있었다. 우리 사회 곳곳에 희망사다리가 튼튼하게 구축되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