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49세로 바꿔줘” 소송 건 69세 노인이 패소한 이유

입력 2018-12-04 15:55 수정 2018-12-04 16:42
AP 통신

네덜란드에서 69세 남성이 자신의 나이를 49세로 낮추기 위한 소송에서 패소했다.

AP 통신 3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네덜란드 힐데를란트주 아른험시 지방법원은 시 당국을 상대로 부당처분 소송을 제기했던 사업가 에밀 라텔반드(69)의 사건을 이날 기각했다.

재판부는 “69세에서 49세로 나이 변경을 원한다는 원고의 주장은 인정하지 않는다”면서 “만약 이를 인정할 경우 법적,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네덜란드는 법적인 나이에 따라 국민에게 각 권리와 의무를 부여한다. 투표하고 의무교육을 받는 것도 이에 해당한다”며 “원고의 주장은 이 모든 조건을 무의미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라텔반드는 지난달 자신의 출생일을 변경하는 소를 제기해 네덜란드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1949년생인 이 남성은 “난 최소 20년은 더 젊다. 건강검진 결과 의사들도 내 신체 나이를 49세라고 말했다. 생일은 1969년 3월 11일로 변경돼야 한다”며 “이름과 성별을 바꾸는 시대가 아닌가. 나도 내 나이를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시 당국은 “공식 문서에 표기된 나이는 개인이 임의로 변경할 수 없다”고 판단했으나 그는 이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라텔반드는 나이 때문에 받는 차별도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나이에는 많은 것이 제한돼 있다”며 “49세가 되면 새로운 일을 하거나 집을 살 수 있다. 데이트앱에서 여성과 연락을 주고받기에도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판사는 “특정한 나이로 인해 다양한 사회적 차별을 받고 있다는 주장 또한 이해할 수 없다”면서 “출생연도를 바꾸지 않고도 차별에 대응하는 다른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라텔반드는 이런 결과에 굴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그는 “법원의 결정은 존중하지만, 조만간 항소할 계획”이라면서 “나는 여전히 나이가 이름과 성별처럼 변경될 수 있는 요소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재판은 나의 정체성을 위한 싸움이다”라고 강조했다.

김누리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