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력으로 골든글러브 뽑는다면’ 유력후보와 다른 포지션은?

입력 2018-12-04 14:24 수정 2018-12-04 14:59

골든글러브 후보 97명의 명단이 발표됐다. 각 포지션에서 최고의 기량을 펼친 선수를 뽑게 된다.

올해 후보 기준을 보면 포수와 야수 해당 포지션에서 720이닝(팀 경기수 × 5이닝) 이상 수비로 나선 모든 선수가 후보 명단에 올랐다. 수비 부문의 반영도를 조금씩 높여가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공격 기여도가 골든글러브 선정에 상당히 미치는 게 사실이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경우 공격상과 수비상이 철저하게 다르다. 골드글러브는 포지션별로 수비력이 가장 뛰어난 선수를 뽑는다. 1957년부터 시상했다. 또 우리는 외야수 부분에서 포지션에 관계없이 3명을 선정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선 좌익수, 중견수, 우익수 부문으로 나눠 뽑는다. 실버슬러거는 각 포지션 별로 가장 뛰어난 공격력을 보인 선수에게 주는 상이다. 1980년부터 시상됐다. 실버슬러거 시상에선 외야수 3명을 뭉뚱그려 뽑는다.

만약 KBO리그 각 부문별 골든글러브 수상자를 수비력으로만 뽑는다면 어떻게 될까. 포수와 내야수로 한정했다.

포수 부문 후보는 7명이다. 이 중 수비율이 가장 높은 포수는 두산 베어스 양의지로 0.996이다. 실책 개수도 3개로 가장 적다. 도루저지율 역시 양의지가 0.378로 가장 높다. 공격력에 상관없이 양의지의 선정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역시 7명의 후보가 나선 1루수 부문에선 두산 오재일과 KIA 타이거즈 김주찬의 수비율이 0.996으로 가장 좋다. 실책은 오재일 4개, 김주찬 3개였다. 자살과 보살의 경우 오재일은 각각 878개와 53개였다. 김주찬은 741개와 31개였다. 공격력까지 감안한다면 박병호가 유력하다. 메이저리그의 기준대로라면 수비율 0.988, 실책 11개로는 수상이 쉽지 않다.

2루수 부문의 후보는 7명이다. KIA 타이거즈 안치홍과 NC 다이노스 박민우의 수비율이 0.984로 가장 좋다. 실책 개수도 두 선수 모두 8개씩이었다. 자살과 보살의 경우 안치홍은 각각 204개와 276개, 박민우는 242개와 257개였다. 말그대로 박빙의 승부인 셈이다.

3루수 부문에는 8명이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KIA 타이거즈 이범호가 수비율 0.980으로 가장 우위다. 실책 개수 또한 4개로 가장 적다. 다음이 두산 베어스 허경민으로 실책 7개와 수비율 0.978을 기록했다. 수비력은 이범호가 조금 우위인 셈이다.

유격수 부문 후보는 8명이다. 수비율만 놓고 본다면 넥센 히어로즈 김하성이 1위다. 0.979였다. 다음으로 KIA 김선빈 0.974, 두산 김재호 0.973의 순이었다. 실책 개수에선 김재호와 김선빈이 12개로 가장 적었고, 김하성은 13개였다. 수비력에선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수비력만 갖고 평가한다면 기존에 예상됐던 골든글러브 수상자 유력 후보와는 조금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두 부분을 분리하거나 수비 비중을 높여 수상 결과에 반영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